피플 > 아산인 이야기 새 길을 만드는 도전가 2014.07.14

새 길을 만드는 도전가 - 마취통증의학과 신진우 교수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우물쭈물하다 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말수 적고 수줍음 많은 아이. 그 속에 번뜩이는 재기를 발견한 선생님은 아이를 불러 반장이 돼 보라고 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첫 번째 도전이었다.
의사 외에 다른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목표가 확실했던 만큼 큰 방황은 없었지만, 진료과를 선택할 때가 되자 뜻밖의 갈등에 부딪혔다. 모든 진료과를 돌고 난 후 그가 선택한 전공은 마취통증의학과였다. 대부분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 바로 통증이었다. 두 번째 도전 과제였다.


새로운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원인질환을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통증 즉, 증상이 아닌 질병이 되어 버린 통증을 치료하는 일이 마취통증의학과 신진우 교수의 역할이다. 2013년 그의 이력에 특이사항이 하나 추가됐다. 그는 척추협착증용 풍선 카테터(관)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척추협착증 시술을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건넨 후배의 말이 발단이 되었다.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직접 한 번 만들어 보세요." 그 역시 기존 치료에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혈관협착에 이용되는 풍선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먼저 풍선 시술이 기존 시술 못지않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아주 작은 라텍스 풍선을 척추협착증 환자의 좁아진 척추 구멍에 넣고 부풀린 효과는 놀라웠다. 조영제로 퍼지는 정도를 확인해보니 협착 부분의 여유공간이 지름은 28%, 부피는 98%까지 늘어났다.

 

 

"많이 좋아져서 이젠 잘 걸어요." 기뻐하는 환자 목소리에 힘이 났다. 좌절도 있었다. 약물 주입용 구멍과 풍선 구멍,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한데 모아놓다 보니 카테터가 두꺼워진 것이다. 반복되는 시제품 제작과 시행착오. 생각과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라는 말이 떠오를 때면, 증상이 호전돼 좋아하던 환자들을 생각했다. 2년여에 걸친 도전은 헛되지 않았다. 척추 협착 부위에 풍선을 넣어 넓힌 다음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간단한 원리였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통증은 50%가 감소했고, 걷는 거리는 3배 이상 향상됐다. 정확한 위치에 약물을 주입하니 합병증의 위험도 줄어들었다. 치료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 통증 분야 국제학술지인 '페인 피지션(Pain Physician)'에 실리면서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 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증 받은 이후, 신기술을 전수받기 원하는 병원들이 늘었다. 새 카테터는 현재 수출을 위해 미국FDA의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의료진이 한국의 의료 기술로 통증을 치료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존에 나온 가장 좋은 방법을 빨리 쫓아 답습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처럼 여겨졌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선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도전 덕분에 큰 걸음으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환자의 아픔을 믿는 것이 통증 치료의 시작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인 탓에 가족조차 아픔을 외면하기 쉽다. "지금까지 정말 많이 아프셨겠네요." 따뜻한 위로 한마디에 많은 환자가 서러운 눈물을 쏟아낸다. 그런 환자들과 만나며 배운 것이 있다. 통증 치료는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믿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 환자들은 밝은 얼굴로 먼저 다가와 대화하는 그의 모습에서 권위 대신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늘 밝은 얼굴로 환자분들을 대해주시니 환자분들도 정말 잘 될 거 같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외래 간호사들은 그와 환자의 표정이 점점 닮아간다고 했다. 신진우 교수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곧 좋아지실 겁니다.' 이 말 한마디에 환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통증을 단순히 우리 몸의 이상 신호 정도로 생각해 환자의 고통을 속수무책 지켜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취도 없었을 겁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도전으로 큰 교훈을 얻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왔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신진우 교수의 새로운 도전,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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