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일확천금(金)은 몰라도, 일확천강(康)은 없습니다. 2014.07.14

일확천금(金)은 몰라도, 일확천강(康)은 없습니다. -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질병과 건강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00 건강에 좋은 밥상' 이라며 식단까지 짜주는 방송을 보고 있자면, 잃었던 건강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착각에 빠진다. 헌데, '흡연자에게 좋은 밥상'을 추천해달라는 방송 관계자의 부탁에 '흡연자에게 금연 말고는 어떤 음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끝까지 음식 추천을 거절했던 고집불통 의사선생님이 서울아산병원에 있다. 바로 가정의학과 선우성 선생님의 일화다. 군침 도는 밥상을 보여주며 방송을 마무리하는 게 그 프로그램의 기본 뼈대인데, '그런 밥상은 없다'는 선생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제작진... 결국 선생님이 추천한 밥상은 부러뜨린 담배를 가득 담은 유리 상자를 올려놓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디 어디에 좋다는 음식이 차고 넘치는 세상인데, 채소 이름 몇 가지 대주는 게 그렇게도 안 될 일이었을까?

부러진 담배 일화만 보면, 선우성 선생님의 이미지는 고집불통의 깐깐한 의사선생님이다. 헌데, 직접 만나본 선생님은 따뜻한 모닝커피를 권하며, 미리 세워둔 '봄맞이 계획'에 가슴 설레하는 분이셨다. 선생님의 봄맞이 계획은 무엇일까? 바로 라오스로 의료 봉사를 떠나는 것이다. 의사들이 의례적으로 다니는 의료봉사려니~ 했는데, 벌써 17번째 해외봉사라고 한다. 경험 삼아, 혹은 체면 때문에 한 두 번은 갔다 올 수도 있지만, 죽도록 고생만 하고 오는 해외의료봉사를 16번씩이나 갔다 왔다면, 뭔가 특별한 보람이나 책임감을 느껴서가 아닐까?


스무살의 아리따운 캄보디아 아가씨가 있었다.

 

헌데 캄보디아에선 스무살이라면 애가 둘은 있어야 되는 나이. 그 아가씨는 노처녀 중에서도 노처녀인 셈이다. 아가씨가 결혼을 못한 이유는 양쪽 손과 발에 손가락 발가락이 하나씩 더 달려있는, 육손이였던 것. 그 더운 나라에서 손과 발을 꽁꽁 싸매고 다니느라 결혼이 늦어진 것은 물론, 온 가족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실, 육손이 수술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수술이다.
선우성 선생님을 비롯한 의료봉사팀의 도움으로 열손가락을 갖게 된 아가씨는 스무 살다운 싱싱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의료진에겐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아가씨에겐 새로운 미래를, 딸 결혼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던 부모님에겐 가정의 평화를 찾아준 일대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봉사가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를 목격하게 되는 순간, 그 보람과 희열은 여름휴가를 반납했다는 아쉬움, 자비를 들여 고생을 하고 있는 허탈함, 살이 쪽 빠질 정도의 육체노동을 기꺼이 또 하고 싶게 만들만큼 크다고 한다.


선생님이 해마다 봉사활동을 가는 또 다른 이유는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는 딸, 윤이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윤이가 맡은 역할은 어두운 약국에서 하루 종일 처방전에 따라 약을 포장하는 일. 현지인을 만날 기회도, 그곳의 자연환경을 둘러볼 형편도 안 되는 재미없는 일이지만, 의료 지식도 없고 힘쓰는 일도 할 수 없는 어린 윤이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이 하기엔 지겹고 따분한 일이었을 텐데도, 묵묵히 약을 싸던 딸. 그 어린 아이도 자신이 하는 일이 아픈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 것을 알고 불평 없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은 어른으로서 또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신다.
반대로 윤이는 그때 처음으로 아빠가 존경스러워 보였고, 작은 일이라도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그렇게 부녀는 서로를 보며 느끼는 책임감 때문에 10번이나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그 딸은 아빠처럼 의사의 길을 택했다.


선생님이 건강밥상을 추천해달라는 방송 관계자의 부탁을 끝까지 거부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남다른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의 전공은 환자들이 처음 만나는 1차 진료담당인, 가정의학과. 가정의학과 의사의 진료와 처방은 환자에겐 건강의 첫 단추이자 첫 걸음이 되는 셈이니, 그 책임감이 얼마나 막중하겠는가? 그래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게 선생님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신념이 되었다. 비타민, 영양제, 한약, 건강보조식품.... 건강에 좋다는 건 세상에 널렸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그런 것들은 무의미한 음식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선생님은 음식이나 약으로 건강을 고치려는 태도를 건강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허영이라고 꼬집는다. 돈을 벌 때는 일확천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관리에는 절대 일확천금이 있을 수 없다는 말씀. 흡연 환자에겐 금연보다 좋은 건강 식단은 없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선생님의 원칙이다.


선한 웃음 뒤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지닌 의사, 선생님은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선생님은 작은 부탁을 하나 하셨다.
봉사활동에서 선생님이 맡은 역할은 영화판의 영화배우처럼 스태프들이 다 준비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얻는 것이라며, 단지 의사라는 이유로 혼자 조명을 받지만, 그 뒤엔 더 많은 일을 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는 것을 꼭 전해달라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올 여름 휴가는 캄보디아 자원봉사가 어떨까...'라는 새로운 싹이 트기 시작했다.
봄이 멀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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