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의학에 새로운 창을 내다 2014.07.14

의학에 새로운 창을 내다 -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왜 잘 닦아 놓은 길을 놔두고 힘든 길을 가느냐고. 1994년부터 줄곧 폐영상을 연구하던 그가 2001년 돌연 심장영상을 연구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심장영상 CT의 표준 프로토콜을 만들고,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뒤 다시 폐 영상 연구로 돌아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그는 대답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사용자에서 개발자로, 폐영상 분야를 선도하다

‘폐가 안 좋습니다.’에서 ‘폐의 50%가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로의 진단 변화는 치료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의학의 발전, 그 속에는 기술이 있었다. 2004년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는 고민에 빠졌다. ‘쫓을 것인가? 이끌 것인가?’ 외국의 영상 진단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던 기존의 방법으로는 현장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 우리만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보자.’ 그간 쌓아온 임상 경험과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김남국 연구원(현재 융합의학과 조교수)을 붙잡았다. 아이디어를 가진 의사와 기술을 가진 공학자.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이 한팀이 되어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처음 몇 달간은 마치 모국어가 다른 두 명의 외국인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매일 2시간씩 코딩(coding)내용을 들으며 공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공학자에게는 의학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언제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단초를 얻었다. 그것은 곧 더 큰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5년 이중에너지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CT가 독일에서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병원소개 자료와 ‘거북선’ 모형을 들고 곧바로 독일로 건너갔다. “당시 국내에선 최신기기를 누가 빨리 도입했느냐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선두주자가 되려면 개발단계부터 우리의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들이 모인 회의실. 그는 오백 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영국은행의 차관과 선박 발주계약을 따낸 정주영 설립자의 일화를 들려주며, 서울아산병원의 연구역량과 업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긴 회의 끝에 공동연구를 제안받는데 성공한 그는 프로토타입 단계의 CT를 병원에 설치하고 세계 최초의 연구들을 하나씩 수행했다. 그의 순수한 열정과 과감한 행동력은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이었다.



학문 간의 융합, 의학의 또 다른 성장 동력

 

서준범 교수는 현재 의료영상로봇연구실, 영상유도중재로봇사업단과 서울아산병원-현대중공업 공동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다른 학문 간의 접목을 이미 경험해보았던 그는 기업과 공학의 관점에서 의학을 설명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바늘로 조직 일부를 채취하여 검사하는 영상유도 생검로봇 개발을 목표로 2012년 100억 원 규모의 국가 지원금도 받았다. 그의 식지 않는 열정과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 지금 의학, 의료에 도입되는 기술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은 아니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분야에 존재했던 것들이죠. 다른 분야,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새로운 영감을 줍니다.” 융합하는 학문.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고 앞서나가는 일. 그는 그 일이 정말 좋다. 편안함 대신 열정을 따르는 이유다.
2010년 북미흉부방사선학회(STR)에서 강연을 마치고 내려온 서준범 교수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폐 기능 영상의 선구자로 알려진 워런 게프터(Warren Gefter) 교수였다. 그날 만난 게프터 교수의 초청으로 펜실베이니아 의대에서 초청강연을 한데 이어 메이요 클리닉에서도 초청강연을 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20년 전, 사진만으로도 환자의 상태를 맞히는 모습에 끌려 영상의학과를 선택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공학자들과 마주 앉아 영상기기, 영상 소프트웨어를 기획 설계하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의학은 완성된 학문이 아니에요. 새로 알아가는 것들이 환자의 삶을 바꾸죠. 그저 좋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결국, 그를 이끈 것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었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