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생명이라는 기적, 또 다른 기적을 바라다 2016.10.07

생명이라는 기적, 또 다른 기적을 바라다 - 산부인과 이미영 교수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첫눈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이는 어렵게 찾아왔기에 부모는 더욱 기뻐했다.
태아의 성장이 빨라지기 시작하는 16주차 때였다. 초음파 검사 결과 폐에 생긴 혹으로 태아의 심장은
쪼그라들어 있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태아의 폐에 혹이 생기는 경우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혹의 경우 대부분 아이는 배 속에서 사망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주치의를 믿고 산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왔다. 배 속에서부터 크고 작은
시술을 받으며 아이는 극적으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기적처럼 태어난 아이는 결국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아이의 장례를 마친 엄마가 그녀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곤 말했다.
“아이를 하루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짧았지만 아이와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산모들에게 용기를 주는 의사

산부인과 이미영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아이가 잉태되어 태어나는 순간까지 산모와 아이가 소중한 매 순간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그녀는 고령의 산모나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 산모가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게 하고, 어떤 원인으로 태아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 진단해 외과, 내과적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일을 한다. 태아의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심실중격결손,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 쌍생아간수혈증후군… 병명만으로도 예비 엄마, 아빠는 절망에 빠지지만 이 교수는 보호자가 그 시간을
잘 견딜 수 있게 긍정의 힘과 용기를 준다.
그래서인지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는 그녀의 진료에 감사를 표현하는 글이 많다.
“첫 임신으로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이미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환자의 눈을 바라보며 밝은 목소리로 힘차게 진료하고 환자의
질문에 시원하게 설명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교수가 이처럼 환자를 열심히 보는 것은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산모들에게 고마워서다.

“사실 모든 산모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의사가 선택을 강요할 순 없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오신 분들은 희망의 끈을
잡고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오신 분들이에요. 대단한 용기를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은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

 

레지던트 시절 매일 넘쳐나는 환자들로 일상의 소소한 낭만조차
포기한 채 하루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그러다 4년차 때 늘
아프던 허리가 악화돼 한 달간 꼼짝없이 누워있었다.
밤낮없이 뛰어다닐 땐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그만두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자 진료실이 그리웠다.

이필량 교수(산부인과)의 권유로 산부인과에 들어왔다가
태아치료센터에 매료돼 태아치료를 시작했다.
국내 태아치료의 1인자 원혜성 교수(산부인과)가 이끄는
태아치료센터는 정밀 초음파를 통한 정확한 산전 진단과
태아내시경 등을 이용한 중재적 시술로 태아의 선천성 기형을
조기에 치료하는 국내 최고의 태아치료센터였다.
그녀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어려운 케이스를 찾아 자진해서 판독하며, 초음파 기술을 습득했다.

 

지난해 그녀는 원혜성 교수, 김영휘(소아심장과) 교수와 함께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태아의 심장을 배 속에서
풍선으로 치료하는 시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시술입니다.”

그녀의 고백에도 보호자는 의료진을 믿고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이곳이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의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산모의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김영휘 교수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시행했다.
세상에 나왔더라면 세 차례 이상의 수술이 기다리고 있었을 아이는 이 시술의 성공으로 더 이상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됐다.


희망을 위한 끝없는 도전

이 교수는 바쁜 일과 속에서도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높은 치료 성적을 가진 우리 병원 태아치료센터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세계 의료계에 알리고 싶어서다. 이 교수는 원혜성 교수와 함께 지난 2014년 정상 심장 수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2016년에는 주수별 정상 심장 수치를 제시했다. 현재는 심장 기능이 정상의 범위를 넘어섰을 때 언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다.
그녀는 요즘 두 가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는 정부 규제에 막혀 들여오지 못하는 태아치료 시술도구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도록 태아치료를 홍보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산모들에게 태아치료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에게 질환이 발견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해졌어요.
엄마들이 조금 더 용기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22주 6일에 첫 아이를 낳은 엄마가 둘째를 낳기 위해 이미영 교수를 다시 찾아왔다.
그때 기적처럼 태어난 그 아이는 벌써 다섯 살이 되어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생명의 탄생은 놀라운 기적이에요.”
오늘도 이미영 교수는 힘 있는 목소리로 희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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