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가슴 뛰는' 여정의 시작 2018.12.03

'가슴 뛰는' 여정의 시작- 소아심장외과 최은석 교수

 

엄마 아빠에게 있어 아기의 탄생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그런데 곧 태어날 아기가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면 부모에게 이만큼 청천벽력인 소식도 없을 것이다. 어린 아기를 수술대에
올렸다는 죄책감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부모들. 이들이 생명의 은인이라고 부르는 의사가 있다. 건강히
퇴원한 아기에게 “너를 살려주신 분이야”라고 나직이 얘기해주게 될 ‘우리 의사 선생님’.
바로 소아심장외과 최은석 교수다.


아기 인생의 첫 단추를 끼우다

태아의 심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긴 이상으로 심장벽에 구멍이 있거나 혈관, 판막 구조에 문제가 생기는 선천성 심장병. 1,000명의
신생아 중 12~14명이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는데 원인을 아는 경우는 약 15%에 불과하다. 속 시원히 원인을 알 수 없기에
냉가슴 앓듯 마음 졸이는 부모들. 최은석 교수가 주저하지 않고 소아 심장을 택했던 이유는 의사로서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심장은 곧 생명을 의미하기에 작은 아기들에게 좀 더 강한 생명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누구에게나 첫 단추가 중요하지만, 아기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더욱 고생하게 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시기라 첫 수술이
잘돼야만 아기가 빨리 건강을 찾을 수 있거든요. 태어나서 굉장히 아팠던 아기도 수술만 잘 해주면 별문제 없이 쑥쑥 크는데 그 모습을
보는 기쁨은 말로 다 못합니다.”


소아심장외과 의사의 최고 덕목으로 침착함을 꼽는 최 교수. 보통 제일 큰 혈관인 대동맥이 어른은 2~3cm 정도인데 아기들의
대동맥은 5~6mm에 불과하고, 2~3mm 되는 혈관도 많다. 게다가 아기들은 연약하고 조직도 약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이
명확하지 않은 급박한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단단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최 교수는
오늘도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하고 있었다.


늘 의심의 눈으로 아기들을 보라

 

최은석 교수라면 아기들의 얼굴만 봐도 상태를 파악하는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다고 말하는 최 교수. 다만, 세밀한 관찰과 의심이 그런
능력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숨 쉬는 모습, 찡그리는 표정 하나하나의 이유를
생각해보며 혹시 숨이 찬 것은 아닌지, 심장이 아프지는 않은지 생각한다고.
최 교수는 말 못하는 아기들은 늘 의심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감당하기 힘든 큰 수술을 받게 되니까 부모님이 걱정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가 치유능력이 뛰어납니다. 중환자실에 몇 개월씩
있고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긴 아이들도 몇 달 사이 뛰어다닐 수 있게 회복이
되거든요. 누군가는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것을 아이들의 생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살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최 교수.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희망적인 검사 결과를 들고 보호자를 만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아이는 좋아질
거다, 문제없다는 이야기에 뛸 듯이 기뻐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 일인
듯 뿌듯함을 느낀다.

 

환자의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연구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980년대. 그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현재 3, 40대를 맞이하고 있다. 당시로선
성공적인 수술이었기에 과거에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최근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팔로4징증 이라는 선천성 심기형이 있는데요. 과거에만 해도 심장 안에 있는 구멍을 막고 우심실에서 폐로 가는 길을
넓혀주면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부정맥이라든지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심장이 늘어나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환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평생 문제없이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수술전략이나 술기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막 시작하는 아기들. 그들의 첫 번째 고비는 아마도 심장일 것이다. 적어도 아기의
인생에 있어 심장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최 교수. 최은석 교수와 아기들의
‘가슴 뛰는’ 여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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