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찾아간 친척 아저씨는 책이 가득한 방에서 전공서적을 읽고 있었다. ‘대체 의사 경력이 몇 년인데 아직도 책을 들춰보나?’ 친척 아저씨와의 대화는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잠시 후, 김태용 선생님이 내린 결론은 ‘의사는 평생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교하고, 분석해서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사람. 호기심 많은 소년의 눈엔 꽤 멋진 일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주저 없이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의대생이 된 선생님에겐 알면 알수록 신기한 장기가 바로 갑상선이었다. 왜 갑자기 살이 빠지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크기는 작지만, 사람의 몸은 물론 감정, 성격까지도 바꿔놓는 것이 바로 갑상선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갑상선이 만들어내는 인체의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에 푹 빠진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내분비내과 갑상선 전문의가 되었다.
환자들을 만나면서 선생님은 환자들이 젊어서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하신다고 한다. 주로 30대에서 60대 여성인 갑상선 환자들은 자기표현에 적극적이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걸 자세히 설명해주고 약을 처방받으면 그 약을 먹었더니 어떤 효과가 나더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환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은 선생님에게 갑상선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렇게 힌트를 제공하는 환자들이 많으니, 그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욕도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젊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암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재발이다. 그런데 어떤 환자에게 무슨 이유로 암이 재발하는지… 의학계는 아직 답을 모른다. 김태용 선생님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서울아산병원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암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합리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해 10년째 암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연구팀이 있다.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연구의 바탕이 되는 환자들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컴퓨터 박사가 바로 김태용 선생님이다.
이름 하여 ‘아산 진료 표준’을 만드는 이 작업은 의사라는 직업과 선생님의 취미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프로젝트다. 게다가 각 분야의 실력자들이 한 팀을 이루기도 쉽지 않은데, 팀원들끼리 그렇게 얘기가 잘 통한다고 하니, 일할 맛이 더 난다고 하신다. 물론 연구 과제도 만만치 않고, 따로 시간을 내는 게 버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다 보면 시험지 위의 수학문제도 어느새 스도쿠 퍼즐 퀴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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