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연구의 지도를 보다 2014.07.14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연구의 지도를 보다 -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

 

‘자유로운 상상력’. 1970년대 초, 그 시절의 선물이다.


1970년대 초. 남해의 조용한 항구도시 여수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자 전국에서 유입된 외부인들로 마을이 북적였다. 북적거리는 곳은 시내만이 아니었다. 전학 온 아이들로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난 학교는 교실 확보에 쩔쩔맸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생 김민선 부교수의 임시 교실은 도서실이었다. 수업 틈틈이 서가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마음껏 읽고 싶은 책들을 읽었다. ‘자유로운 상상력’. 그 시절의 선물이다.


피할 수 없는 과제, 연구

'식욕 조절 기전'에 관한 의미 있는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 그가 연구자로 첫발을 내디딘 건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레지던트 3년차 때였다. 하루 진료일정이 끝나면 그의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됐다. 저녁 식사 후엔 늘 동기들과 실험실로 향했다. PCR 기계 한 대, 자그마한 전기영동 유닛 한 개, 몇 개의 피펫 등이 놓여있는 서너 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그들은 밤늦도록 연구에 몰두했다. 박중열, 김원배 교수 등 내분비 선배들이 연구에 거는 집념과 열정을 보며 '연구는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가 즐거운 일이라고 느끼게 된 건 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성취의 기쁨이 알려준 재능

 

때론 우연한 만남이나 낯선 장소로의 방문이 도약의 기회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에게도 그런 계기가 있었다.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로컬병원의 내분비내과장으로 1년 남짓 근무한 김민선 교수는 남편과 함께 1996년 영국으로 떠났다. 그곳에는 식욕 조절연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의 Stephen R. Bloom 교수가 있었다. 그의 팀원으로 연구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지만, 연구실 안에서의 위치와 역할이 불분명했던 탓에 다른 연구원의 보조자 역할을 자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제겐 오히려 고마운 시기였습니다. 주어진 과제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흥미로운 주제는 매달려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졌으니까요." 연구의 매력을 느낀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스스로 할 일을 구하고, 흥미로운 논문을 찾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새롭게 발견해 낸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얻어지는 성취의 경험은 그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작은 성공이 쌓이자 비로소 연구가 자신의 길로 여겨졌다. "무언가를 얻고 나면 기쁨이 생겨요. 그 경험이 기억에 남아 또 다른 도전의 동기를 만들었죠." 그렇게 영국에서의 첫 1년을 보냈다.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듯 열린 마음으로

연구의 즐거움을 알게 된 그는 더 나아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아구티 관련 단백질(agouti-related protein, AgRP)' 등을 주제로 2년간 11편 가량의 논문을 썼다. 그의 논문은 임상의학 분야 학술지인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과 당뇨병 분야의 권위지 「미국 당뇨병 학회지(Diabetes)」 등에 발표됐다.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논문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열린 사고, 제 좌우명이에요. 의학 연구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거든요. 미리 특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 관련된 모든 정보를 그 틀 안에 끼워 맞추게 되면 정답을 찾을 수 없어요. 그저 우리 몸이 돌아가는 현상을 열린 마음으로 잘 관찰 하다 보면 해답이 보일 거예요. 제 경우에는 상상력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룬 3년간의 영국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내 당뇨병의 권위자이자 식욕조절물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던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교수팀에 합류했다. 그 후 '식욕억제물질과 그 메커니즘'에 관련된 논문을 2004년과 2006년, 그리고 2013년에 걸쳐 「네이처 메디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 등 주요 국제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끈기, 진정으로 즐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결과다.

김민선 교수는 매주 빠짐없이 관악산에 오른다. 등산할 때 유독 연구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많은 당뇨병 환자를 잘 진료하기 위해서는 체력 단련이 필수다. "아직 완치의 방법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과 긴 싸움을 함께 해 나가기 위해선 의료진에게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제게 찾아온 환자가 합병증 없이 평생 건강하게, 고생하지 않고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니까요."


어떤 일에 중독된 사람들은 온종일 그 일을 하고 있어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왜 연구하세요?”라는 질문에 “재밌으니까요!”라고 대답하는 김민선 교수.

그는 오늘도 연구의 즐거움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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