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제 꿈은 표준을 바꾸는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2014.08.05

제 꿈은 표준을 바꾸는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

 

유산균의 아버지로 알려진 메치니코프 박사. 그는 '대장이 쓸데없이 변을 오래 저장하고 있어서 그 독소에 인해 생명이 단축된다.'는 대장 무용론을 주장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대장암의 발생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채식과 발효음식 위주의 전통 식단이 점차 서구화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치니코프의 말대로 아예 대장을 떼어내 버린다면 사람은 훨씬 건강해질까?


서울아산병원 대장내시경센터 변정식 선생님은 '큰일 날 소리'라며 펄쩍 뛰셨다. 대장을 모두 떼어내고 나면 사람은 수시로 변을 보러 다니느라 일상생활이 상당히 불편해질 거라고 하셨다. 게다가 소장에서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나머지 수분을 흡수하는 대장의 역할을 못 하게 되니, 땀을 많이 흘려 수분 소실이 심한 운동을 할 때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더운 나라로의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자주 음료를 섭취하도록 주의해야 하니 성가실 수 있겠다. 쓸데없이 변만 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으니 대장 또한 아껴야 할 중요한 우리 몸의 일부라 하겠다.


변정식 선생님의 첫인상은 7~80년대의 장발 총각을 연상케 하는 헤어 스타일이었다. 일이 바빠 이발을 미뤘더니, 어느새 머리카락이 훌쩍 귀를 덮어버렸다고 한다. 선생님이 이렇게 바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빠르게 늘어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대장질환이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보다 더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사람 속을 환히 보여주는 내시경이 신기해서 소화기 내과를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실수였다며 웃어 보이는 선생님. 하지만 환자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기색은 전혀 없어 보였다.


선생님의 평소 신념은 '의사는 환자에게서 배운다.'라고 한다.

때문에 환자가 많은 건 의사로서는 한편 감사할 일이라고. 그건 곧 배움의 기회가 남들보다 더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기억할 건 그렇게 얻은 지식을 다시 환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 그 책임감이 바로 의사를 의사답게 만드는 기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에게 배운 것을 다시 환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선생님은 좋은 논문을 쓰는 것으로 목표를 정하셨다. 좋은 논문 한 편은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안하고, 기존 의학계의 관행을 바꾸어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결국 의학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것이 선생님이 생각하는 대학병원 의사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런 마음가짐과 노력 덕분에 최근엔 좋은 성과도 있었다.

 

바로 변정식 선생님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대장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이다. 이 시술은 기존의 전통적인 내시경 절제법으로는 한 조각으로 완벽하게 절제해내기 힘든 2cm 이상의 대장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의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한 후 특수한 전기 칼로 떼어내는 시술 방법이다. 대장 용종은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발견 즉시 떼어내는 시술이 필요하다. 헌데 용종을 한 덩어리로 싹둑 잘라내는 것과 조각조각 떼어내는 시술법은 시술 후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선생님은 큰 용종을 한 덩어리로 잘라내는 점막하박리술의 치료 성적을 장기간 분석하여 점막하박리술 후에는 재발률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하였다.


반면, 기존 내시경 절제술의 경우 큰 용종을 절제한 후 재발률이 높게는 50% 전후까지 보고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선생님은 대장 용종의 크기나 모양, 종류에 따라 언제 어떤 시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규명하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연구 이후 많은 의사들이 필요한 경우 큰 용종을 한 덩어리로 떼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논문 한 편이 '의학계의 표준을 바꾼' 것이다.


이쯤 되면 조금은 우쭐해도 될 텐데, 선생님은 아직 좋은 논문을 많이 쓰지 못했고 더 노력해야 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셨다. 한편으로는, 대장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의 치료에서 한발 나아가 이들의 조기 진단을 최적화하기 위한 검진법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대장용종 진단과 치료를 모두 아우름으로써 대장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의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발명가’ 라기보다는 기존 지식을 조합하고 응용해 새로운 걸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때문에 기존 지식 혹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 말은 곧 환자를 많이 만나고 더 많이 공부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


변정식 선생님이 몰려드는 환자를 두려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유…

바로 의사 마인드로 똘똘 뭉친 개념 의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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