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고지혈증, 치료에서 예방으로 2017.03.31

고지혈증, 치료에서 예방으로 -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

 

혈액 속, 혈관 곳곳을 떠다니는 기름 찌꺼기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고혈압, 당뇨병과 함께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고지혈증의 증가세가 무섭다. 최근 7년 새 환자 수가 무려 2배가량
급증했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심장질환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 고지혈증.
한기훈 교수는 고지혈증 치료를 전면에 내세우는 몇 안 되는 심장내과 의사 중 한 명이다.
고지혈증 기초연구와 고지혈증 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심장건강 지킴이, 한기훈 교수를 만나봤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

‘내과 중에서 가장 화끈한 과는?’ 단연코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으로 막힌 혈관을 시술로 단번에 뚫어주는 심장내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에만 집중했던 1990년대, 한기훈 교수는 보통의 심장내과 의사와 약간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당시 멘토 교수님께서 앞으로는 심장병 예방이 더 중요해질 거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기 전에 혈관은
이미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심장, 혈관질환의 근본 원인인 지질대사를 연구하게 된 거죠.”


심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순환계를 이해하고 심장질환의 원인을 파헤치다 보면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 한기훈 교수. 동맥경화나 각종 심장질환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시작단계였던 시절, 5년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기초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2001년, 서울아산병원으로 부임해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더불어 고지혈증, 심장병에 대한 기초 연구를
확립하기 위해 지금껏 노력 중이다.


현명한 나의 환자들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환자 스스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놀랄 때가 많다는 한기훈 교수. 한 교수는 어떤 중년 남성 환자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일에만 열중해 살았던 환자였다.
과체중으로 배는 나오고 과음에 흡연까지 했으니 고혈압에 고지혈증,
초기 당뇨까지 동반한 적색경보 단계였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 교수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권한 지
6개월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생활습관을 뜯어고치고 운동을 해서
몸무게를 20kg이나 줄이고 외래를 찾은 것.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수치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환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제게 오시는 환자분은 현명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내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병원에 찾아오시거든요. 의료진을 믿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애쓰시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제가 힘을 얻습니다.”


수많은 하루하루가 쌓여 과거, 현재, 미래가 이뤄지듯이 고지혈증도 그렇다.
당장 오늘 상태만으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가려고
애쓰다 보면 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 교수는 힘주어 말했다.

 

의사는 모든 환자의 친구

체중 줄여라, 술 담배 끊어라… 환자에게 계속해서 잔소리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한기훈 교수 본인도 몸 관리에 대해 책임감이 든다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한 교수의 비결은 바로 농구다. 한바탕 땀 흘리면 활력이 생기고 재미도 덤으로 얻는다.
한 교수는 난해한 검사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뭐든 행복하게 즐길 것을 당부했다.

“의사는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어떤 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올라요. 앞으로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서 환자분들을 이롭고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양복 재단사가 고객의 치수를 하나하나 재서 맞춤옷을 지어주듯 오늘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맞춤 예방법을 고민하는 한기훈 교수.
때로는 애정 어린 조언으로, 때로는 엄마 같은 잔소리로 더 많은 환자를 이끌어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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