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의 삶을 생각하다 2017.08.22

환자의 삶을 생각하다 - 신경외과 김영훈 교수

 

60대 여성이 40대 딸과 함께 그의 진료실로 들어왔다. 환자의 진단명은 교모세포종.
뇌종양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종양이었다. 길어야 1년.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종양을 깨끗이 제거했다. 종양과 함께 뇌 일부분도 떼어내야했다.
위기는 넘겼지만 언어 장애가 남았다. ‘무엇을 위한 수술을 한 걸까.’ 환자의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뇌종양 내시경 수술의 차세대 주자

“뇌수술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수술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후유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니까요.”

신경외과 김영훈 교수는 뇌에 자라나는 종양, 뇌종양을 치료하고 연구한다. 특히 뇌종양 내시경 수술 분야의 차세대 주자이다.
지난해 우리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뇌종양 분야에 내시경 수술을 본격 도입했다. 다른 병원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다.
내시경 수술 세팅을 위해 수술 간호사들과 수시로 만나 회의와 강의를 진행하고, 기구시연을 해 보였다. 내시경 수술은 기구가 코로
들어가기 때문에 병변에 접근할 때부터 봉합할 때까지 이비인후과와의 협진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내시경학회에서 만난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의 도움으로 곧바로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집중적으로 준비해 지난 1년간 약 100여 건의 뇌종양 내시경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관련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13년 뇌하수체에 흔하게 발생하는 종양 중 하나인 두개인두종 환자의 시력 시야 결과를 분석하여 내시경 수술의 필요성을
알리는 연구 결과를 미국 신경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또한 뇌종양 가운데 가장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인 교모세포종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신약 치료에 관한 실험 연구논문을 유럽 암 학회지에 게재해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그는 우연히 발견되는 양성종양의 자연 경과를 밝혀내어 뇌종양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주제는 환자를 만나면서 궁금했던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뇌종양은 다른 암종과 달리 진단 후
평생 아무 치료도 받지 않는 양성종양부터, 모든 치료를 시행해도 생존 기간이 1~2년에 불과한 악성종양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많지만 차근차근 해나갈 계획입니다.”


수술 후 환자의 시간을 고민하다

 

의대에 가기 전까진 익숙한 공간에서 비슷한 사람을 주로 만났다.
대학에 입학하고 다니던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맡게 됐다. 일상에 미묘한
변화가 찾아왔다.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허물없이 어울리고, 말벗이 되기 위해
그는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봉사활동처럼 학업과
관련 없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고,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환자와의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진료실에서 그는
환자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뿐 아니라 직원들의 제안이나 의견도 충실히 들으려고
애쓴다. 수술 전 그는 수술 후 나타날 부작용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지, 수술 이후 환자의 생활에 큰 불편이 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직업과
가족관계 등을 묻고 고민한다.

뇌종양은 수술 자체를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다. 뇌종양 환자 가운데 절반은 양성
뇌종양이다. 수술적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거나 감마나이프나 내시경 수술 등
간단한 치료로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그는 환자들에게 뇌종양이 어떤 병인지
정확히 알리고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될 지 차분히 설명한다.

 

설명은 어렵지 않다. 환자가 돌아가면 그는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수술할 환자의 직업이 요리사라면 수술 후 후각을 잃지 않도록
이비인후과 의사와 머리를 맞댄다. 환자의 남은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권위의식 없고 편안한 의사

그와 함께 일하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장점이 ‘권위의식이 없고 편안한 모습’이라고 했다.

“신경외과 수술 자체가 굉장히 예민한 수술이라 수술 내내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운데 김영훈 교수님은 부드럽게 스태프들을 이끌고
가세요. 수술실 밖에서도 팀원들이 ‘이렇게하면 어떨까요?’하고 의견을 제안하면 잘 받아주시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이야기해 주시죠.”


수술 시간이 다가오면 수술실로 미리 내려와 하나하나 직접 점검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그는 수술의 결과는 의사 개인의 경험과 실력만이 아니라 환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수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맞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사는 모든 경우의 수를
알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과, 다른 분야 전문가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어야 합니다. 수술 뇌종양 내시경
수술의 차세대 주자 을 잘한다는 말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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