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낙인이 날개로 바뀌는 날까지 2017.07.05

낙인이 날개로 바뀌는 날까지 -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

 

다소 생소한 이름의 조현병.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조절해 음의 높이를 맞춘다는 뜻이다.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혼란스럽다는 것에서 비롯된 반어적 이름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는 섬뜩한 이름으로 불리며 부정적 인식을 줬던 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외면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조현병 환자들 곁에서 조현병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를 만났다.


조현병 치료의 가장 큰 벽, 선입견

‘환각과 망상, 그리고 우울증, 불안증 및 불면 등의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논리적인 사고력을 포함한 지적 능력의 저하가 있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거의 모든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는 조현병은 정신건강의학과 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완치가 쉽지 않아 일생을 고통받는 환자들을 마주하며 이중선 교수는 조현병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졌다.

“조현병은 발병이 빨라서 사춘기나 2, 3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되는데요. 질환에 대한 선입견과 사회적 낙인이 치료에 가장 큰
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같은 병인데 암이나 당뇨병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유독 가혹한 면이 있죠.”


예를 들면 범죄 사건이 일어나면 정확한 분석도 이뤄지기 전에 피의자의 조현병 병력부터 화제가 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데,
사실 조현병 자체가 범죄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조현병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치료받기 쉽게 선입견을 줄이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계속해서 강조했다.


평생 관리하는 끈기가 필요한 병

 

이중선 교수는 조현병은 당뇨병처럼 평생 조절하고 관리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조현병을 질환으로 보지 않고 환경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의지가 약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현병의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환자 개인의 의지나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이나 뇌의 구조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치료만 제때 받아도 증상조절이 잘 되고 사회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환자였어요. 아이가 밖에 나가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망상이
있어서 아이들을 초등학교 입학도 안 시키고 집에만 데리고 있는 거예요.
증상이 생긴 지 7년여 만에 병원을 찾았는데 처음엔 과연 효과가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약을 먹고 3~4주 만에 증상이 아주 좋아지고 본인도 자기 행동이
잘못됐었단 걸 깨닫는 거예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담치료, 약물치료 외에도 다양한 치료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 배우들과 환자가 역할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이 되는 경험을 해보는 ‘싸이코 드라마’,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무용 동작 치료’, 병원에서 제공한 인터넷
프로그램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점검해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 예약 없이도 바로 진료받을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무엇보다 보호자의 공감과 격려가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조현병의 가장 좋은 진단 방법은 의사와의 면담이다. 하지만 이중선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 연수 당시 진행했던 뇌 MRI 연구를
발전시켜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목표다.

“환자와 정상인의 뇌 MRI를 비교하면서 어느 부위의 부피나 모양이 다른지 분석하고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찾는 연구였어요.
앞으로는 이 뇌 영상을 가지고 병의 진단뿐만 아니라 병의 진행 정도, 예후까지 예측할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 교수는 환자들에게 지금 당장 출구가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고 버티라고 당부했다.
환자들이 사회 안에서 당당히 치료받고 아픈 낙인이 날개로 바뀌는 날까지 이중선 교수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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