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다 잘 될 거란 의사의 믿음 2016.12.08

다 잘 될 거란 의사의 믿음 - 피부과 이우진 교수

 

검지 끝이 새까맣게 말라 있었다. 악성 흑색종이었다. 이전 병원에서 손가락을 잘라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
환자는 불안해했다.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암 조직만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잘라낸 조직을
몇 번씩 확인하며 진행한 수술은 4차까지 이어졌다. 긴 수술 끝에 환자는 손가락을 잃지 않고도 완벽하게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었다. 환자도 그도 기뻤다.


조금 더 깊이 보면 달리 보인다

피부과 이우진 교수는 피부암과 피부과 내에서의 외과를 담당하고 있다.

“얼굴이나 손, 발에 없던 점이 생기거나 울퉁불퉁한 딱지가 앉는 경우, 혹은 경계가 불분명한 얼룩이 점점 커진다면 피부암을 의심해
봐야 해요.”


피부암은 다른 암과는 달리 통증이나 전이가 없고 작은 암의 경우 간단한 수술을 통해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기저세포암이나
상피세포암이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우진 교수의 고민은 시작된다.

“피부암이라고 해서 모두 착한 암만 있을까요? 그렇진 않아요. 흑색종이나 림프암같이 예후가 좋지 않은 암도 있어요.”

흑색종은 손끝이나 발가락 같은 말단 부분에 잘 생기는데 발견되면 대부분 절단한다. 재발도 잦다. 피부암 역시 환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고 의사에겐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질환이다. 피부암이 위험한 이유는 다른 질환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반 점과 같은 모양을 보이기도 하고, 습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병리를 잘 알고 치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피부암을 진단받더라도 암 조직의 병리 소견에 따라 치료 후 환자의 생활에 큰 차이가 생긴다.
그가 ‘피부 병리’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다.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울산의대 출신인 이 교수는 학생 때 선택 실습 과정에서 처음 접한
병리학에 빠졌다. 현미경으로 들여보다 본 질환은 복잡했지만
명확했다. 그러다 인턴 시절 4월 어느날 피부과 진료실에 놓인
현미경을 보고 눈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여기다.”

서울아산병원의 피부 병리 연구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국내 피부병리 분야의 개척자인 고재경 교수(피부과, 2009년 퇴직)에
의해 설계도가 그려진 피부 병리 연구는 이미우 교수(피부과)에 의해
그 토대를 단단히 쌓아가고 있었다. 피부 병리에 대한 이 교수의
열정은 곧바로 연구로 이어졌다.

 

지난 20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수술 결과를 아우르고, 분석하며 사례 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연구에 매달린 결과 지난 3년간
미국피부과학회 국제권위지에 5편의 논문을 실었다.
현재는 림프종과 흑색종의 타깃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면역학적 기저를 가지고 특정 바이오 마커를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피부암과 관련된 연구가 너무나도 적은 현실이 안타깝다.

“많은 사람이 피부암을 진단받으면 병변 부위를 절단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의
단계나 크기에 따라 보존적인 수술이 가능해요.”


암은 완전히 절제하되 제거 부위는 최소화하기. 둘 중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은 그를 새로운 연구와 수술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다 잘 될 거라고 말하는 의사

암을 포함한 피부 조직 일부를 제거하고 나면 상처가 남는다. 수술 후 흉터 치료까지 받고 나면 대부분 2~3년 후엔 암의 흔적 없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회복되는 동안 보이는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많은 환자가 수술 후 남게 될 흉터 때문에 수술
결정을 주저한다. 그가 암을 떼어내는 것만큼 흉터 치료에 신경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진료실에서 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잘될 겁니다.”

그의 말이 환자들에게는 어떤 위로가 될까?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와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었습니다.’ 얼마 전 흉터
치료를 받고 돌아간 한 환자가 전해준 편지에서 그에 대한 감사가 느껴졌다.


간호사는 이 교수가 진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를 철두철미하게 공부한 뒤에야 진료를 시작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의사가 조금 더 부지런하게 고민하면 환자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생각.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은 그런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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