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순수하고 성실한 발걸음으로 2019.01.25

순수하고 성실한 발걸음으로 - 소아신장과 이주훈 교수

 

이주훈 교수에겐 만성신장질환이라는 긴 터널을 함께 지나는 소아 환자가 많다. 특히 갓난아기 때부터
콩팥이 망가진 환자 중에는 투석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투석을 진행한다 해도 식욕과 위 저장능력이
떨어져 이식 가능한 몸으로 성장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진다. 잘 먹고 잘 자라는 게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 실감하면서도 이 교수는 성실히 희망과 용기를 찾고 있었다.


힘내자 얘들아!

소아신장과 진료는 환자의 다방면을 돌봐야 하는 동시에 성장과 발달이라는 예민한 고려사항이 추가된다. 그 과정에서 이주훈 교수는
수시로 약물 처방과 용량을 바꾸곤 한다. 단백뇨나 신장 기능의 미세한 변화 등의 다양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의료진 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단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치료 가능성을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콩팥이 나빠지는 증상의 원인은
무수히 많거든요. 성인 질환과는 확연히 달라 고비 고비마다 병의 진행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고요. 그래서 치료 약제에 대한 환자
반응에 따라 민감하게 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을 저해하는 약이라면 빨리 줄이고 싶죠.”


그의 진료실에선 칭찬과 야단이 수시로 오간다. 환자의 부모가 얼마나 정성껏 돌보는지, 식이 조절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에 따라
호전 정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병동에 가보면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위대하게 느껴져요. 저조차 더 이상 해줄 위로가 없을 정도로 막막한 상황인데도 부모는 꿋꿋이
버텨냅니다. 그 과정을 다 이기고 잘 크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저 역시 큰 위안을 받죠.”

그는 서서히 약을 줄여나가는 아이들에게 매일 커다란 보람을 빚지고 있다.


차분하고 사려 깊은 주치의

 

이주훈 교수는 의대에 입학하면서부터 줄곧 소아청소년과를 꿈꿨다.
어린 환자들과 노는 기술이나 체력이 나이 들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진단 처방을 정확히 설명하고 늘 격려하고자 노력하지만 뜻밖의 장애를 만나기도
한다. 사춘기를 겪으며 약을 잘 안 먹는 청소년 환자나 의료진을 불신하는
환자 부모를 만났을 때다.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환자라고 해서 꼭 틀린 건
아니니까요. 열심히 돌보며 믿음을 주도록 해야죠.”


이 교수의 차분하고 사려 깊은 성품에 대해 어린이병원간호팀 이지연
유닛 매니저도 감사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신임 유닛 매니저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신입 간호사가 검사
준비에 미숙했습니다. 환자 보호자는 매우 까다롭고 응대하기 어려운 분이었고요.
그때 주치의였던 이주훈 교수님께서 직접 나서 주셨습니다. 면담실에서 보호자와
마주 앉아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요. 보호자와 간호사 모두 존중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간호사들이 그 보호자를 응대하기 훨씬 수월해졌죠.”


순수하게, 게으르지 않게

이 교수는 만성신장질환에 대해 다기관 연구를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콩팥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며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추이에 따른
위험인자를 찾는 연구다. 빈혈이나 고혈압, 뼈대사 등의 여러 합병증을 세부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신장이 나빠지기 전의 1단계
환자까지 포함한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데이터 오류도 잦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정량화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크다.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서 나오는 창의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오히려 창의성을 구체화할 성실성이 더 중요하죠.”


이주훈 교수는 교육자로서 조언이 필요할 때면 ‘정직하고 선한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한다.
그 역시 순수하고 게으르지 않게 진료를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의사는 어느 한순간에 도약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며 오늘 배운 하나에 살을 붙여가다 보면 차츰 수월해지는 과정임을
지난 오랜 시간이 그에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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