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간은 진짜 재미있거든요. 2014.08.12

간은 진짜 재미있거든요. - 소화기내과 김강모 교수

 


소화기내과 김강모 선생님에게 간은 재미있는 상대다.

정말 친한 친구 녀석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것처럼 은근한 애정이 담긴 말투로 "간은 진짜 재미있는 장기거든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간이 재미있는 장기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간은 '진짜 재미없는' 장기다. 신체 장기 중에서 제일 무겁고 둔하고, 어지간히 아파서는 아픈 티도 안 내는 말없고 우직한 캐릭터다. 오죽했으면 간에게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일까? 그런 돌쇠 같은 간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체 어디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김강모 선생님이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간은 치료법이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어떤 장기든 암이 생기면 그 암덩어리를 잘라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간의 경우는 다르다. 간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암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적치료제 복용, 고주파 열치로, 간동맥화학색전술 등 수술 전에 해볼 수 있는 치료법부터가 다양하다. 수술 역시 잘라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식이라는 걸 해볼 수 있기에 간암치료법은 다른 암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는 건 환자를 살릴 방법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들이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다양한 치료법 중에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는 너무나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니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의 기준은 오롯이 담당 의사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한다. 의사로서는 스스로 긴장하고, 환자에게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절대 심심해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간이라는 장기가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는 간암은 희망이 많은 암이라는 점이다.

다른 암들과는 달리 간암환자에게는 시한부 선고라는 게 없다. 간암의 특징은 간경화 같은 만성질환이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90%이기 때문에 그 만성질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수명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발율도 높은 암이라 그야말로 관리가 곧 생명이다. 김강모 선생님의 환자들은 대부분 만난 지 5년이 넘는 장기 환자라고 한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니,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는 다른 어떤 병동보다 끈끈하다. 환자와 의사와의 강한 유대관계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의사가 병과 싸우는 데 큰 힘이 되는 감정이다. 그래서 간을 보는 의사들은 꽤나 긍정적이다. 간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환자들과의 강한 정서적 교류가 있기에 간암 병동 의사들은 쉽게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가끔 사는 재미에 대해 얘기한다.

그 사람들은 쉽고 편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내일의 희망이 있기에 아무리 힘든 일도 버텨내는 사람들이 술 한 잔 걸친 뒤에 느끼는 기분이 바로 사는 재미다. 김강모 선생님에게도 간은 복잡하고 어려운 상대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김강모 선생님이 우리에게 하는 마지막 부탁은 간에 좋은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는 것이다. 간의 기능은 해독이다. 어떤 음식이든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쳐야 하는데, 간에 좋다는 음식은 대부분 진한 영양 덩어리다. 그 말은 곧 조금만 먹어도 간에서 해독할 일이 많아진다는 의미인데 그런 보약을 장복하는 건 한마디로 간에게 중노동을 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골고루 적당히 조금씩 먹는 게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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