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저는 식스센스를 보는 의사입니다. 2014.07.09

저는 식스센스를 보는 의사입니다. -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

 

커피 향기 그윽한 연구실.


햇살 좋은 창가에는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들이 정갈하게 준비돼 있었다. 하루에 커피를 10잔 가까이 마실 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이비인후과 안중호 선생님. 헌데 선생님의 자기소개는 "저는 쫀쫀한 남자입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기소개는 낯설고도 신선한 세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저는 쫀쫀한 남자입니다."

스스로를 쫀쫀하다고 표현한 선생님. 그 이유는 선생님의 이른바 "쫀쫀한" 취미들 때문이다.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온도와 시간을 맞추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최소 5분은 걸린다. 바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운한 직업이 의사다. 헌데, 안중호 선생님이 그 답답한 과정을 마다않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이유는 바로 원두의 종류, 로스팅 및 분쇄정도와 물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맛의 차이 때문이다. 선생님의 또 다른 취미인 사진 촬영도 빛의 양이나 사진의 구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온다는 데서 매력을 느껴 시작한 일이다.

게다가 진공관을 비롯한 각 기기들의 매칭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음감의 차이 때문에 오디오와 음악을 즐긴다고 하니... 이 정도면 제대로 쫀쫀한 남자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내고 조율할 수 있는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 안중호 선생님의 전공은 귀!
직경 1cm도 안 되는 작은 구멍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니 전공 한번 제대로 골랐다 싶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선생님은 소탈하면서도 여유 있는 분이었다. 양념처럼 농담을 쳐주는 선생님의 말솜씨도 커피 향기만큼이나 호감이 가는 것이었는데...
선생님이 들려준 농담 한 마디!


"저는 귀하신 몸이죠."

 

귀 둘, 코 둘, 목구멍 이렇게 다섯 개의 작은 구멍을 담당하는 이비인후과. 그래서 이비인후과를 5공 수사대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헌데 선생님은 왜 이비인후과, 그중에서 귀를 전공했을까? 초등학교 시절, 중이염과 부비동염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일 년 넘게 받았던 선생님. 당장 불편한 곳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마음에 이비인후과를 선택했고, 전문의 취득 후 세부전공을 선택할 당시에는 동료들과 선배들의 조언과 추천으로 이과학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항상 주위의 사람들을 모으고 이끄는 선생님에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욱 더 잘 들으라는 의미에서 귀 전공을 추천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귀 (전공)하신 몸"이 된 선생님은 최근에 진짜 귀한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아산 생명과학연구단의 기획실 일을 맡게 되신 것.

몇 년 전, 종합병원에 계시다가 대학병원인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오신 선생님은 이직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대학병원 교수를 한다는 건 일선 의사들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책임을 맡는다는 것.' 그런 책임감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오신 선생님이 연구에 정성을 쏟았던 건 당연한 일. 아산 생명과학연구단 기획실 일을 맡게 되면서 '일선 의사들을 도울 수 있는 귀한 연구 결과물을 생산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는 선생님의 모습은 대학생처럼 생기 있어 보였다.


"저는 식스센스를 보는 의사입니다."

보통 사람에게 시각, 미각, 후각, 촉각, 청각의 오감이 있다면 일부 특별한 사람들에겐 영혼의 존재를 느끼는 육감이 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식스센스. 그렇다면 선생님은 귀신을 본다는 말? 선생님이 얘기하는 식스센스는 귀가 담당하고 있는 평형감각이다. XYZ 세 축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귀 속의 전정기관이 조금만 틀어져도 사람들은 심하게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귀에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생기는 전정신경염에 걸리면 구토가 날 정도로 어지러워진다. 또한 이석이라는 귀 속의 작은 돌멩이에 문제가 생겨도 아무 것도 못할 만큼 고통스럽다. 세상이 빙빙 돌고, 구토가 나고, 급격히 혈압이 오르는 이유가 귓구멍 속에서 일어나는 조화라는 걸 알 길이 없는 환자들에겐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원인모를 고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심각한 공포를 느끼는 환자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는 선생님. 그래서 제일 먼저 하는 치료가 두려움에 가득 찬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놀랐는지 그 이야기만 잘 들어줘도 환자들은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환자들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 보니,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는 환자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항의를 받을 때도 종종 있다고. 하지만, 환자를 안심시켜주는 말 한마디가 그 어떤 치료나 수술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선생님은 냉정하게 환자의 하소연을 끊고 다음 환자를 만날 수 없다.


오늘도 대기 환자들의 원성을 들으며 진료실을 지키는 안중호 선생님이 갖고 있는 특별한 식스센스.
그것은 아마도 질환보다 환자의 마음을 먼저 보는 따뜻한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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