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로 한 번씩 수여되는 이 상은 대부분 간호사들의 차지다. 간호사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를 보살피기에 환자가 간호사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다른 직원에게 느끼는 것보다 크기 마련이다. 간호사 뒤를 이어 수상 실적이 많은 직군은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직원들이다. 반대로 가장 실적이 적은 직군은 의사다. 의사는 일단 간호사나 물리치료사와 비교해보면 환자들과의 접촉 시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짧기에 환자와 교감할 기회가 적다. 또한 환자들이 의사에게 기대하는 것이 ‘친절’보다는 병을 낫게 해줄 ‘실력’이기 때문에 고객칭찬 우수상에 뽑히기는 쉽지가 않다.
간혹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상을 탈 때도 있지만 교수급에서 두 번씩이나 상을 타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그 주인공은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님이다. 환자들을 감동시킨 교수님의 비결은 무엇일까?
보통의 경우 아침 회진을 돌고, 저녁 회진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지는데, 교수님은 아침, 저녁 2번 회진을 최대한 꼬박꼬박 지켜오셨다고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회진이 없는 주말에도 꼭 하루는 나와서 환자 얼굴을 보고 간다고 하신다. 이유는 환자가 평안해야 주치의도 평안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환자를 만나서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도 의사가 병실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불안과 염려는 가라앉고 편안한 마음가짐이 되는 것. 이렇게 환자와 자주 만나다 보니, 환자들은 어려워하지 않고 불편한 점,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게 되고 그러면서 의사-환자 사이에는 신뢰가 쌓일 수 있었다.
그 외에는 교수님이 배웠던 원칙대로 환자를 대했을 뿐, 뭔가를 특별히 더 한 게 없다고 하신다. 하지만 환자에게 그것만큼 고마운 게 있을까 싶다. 병원에서 의사 얼굴 보기가 제일 어려운데 일부러 자기 시간을 쪼개서 환자들을 만나주니 말이다.
그 말씀을 되새기며 의사생활을 했다는 교수님. 세월이 쌓이며 여기에 교수님의 교훈을 하나 더 보태게 되었다. 바로 ‘제대로 하자’라는 것.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에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는 부족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실수를 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는 변명은 환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다른 직업은 몰라도 의사는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내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 하다는 결론이자 신념을 갖게 되었다.
김동관 교수님이 찾아낸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통합진료라고 한다. 서울아산병원의 독특한 진료 시스템 중 하나인 통합진료는 폐암 환자가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과를 찾아다니는 대신 한 방에서 치료에 관여하는 의사들을 한꺼번에 직접 만나 치료 방법과 절차를 결정하는 것이다. 환자 한 사람을 놓고 각 과의 의사들이 모여 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침을 결정하고 치료방침에 대한 각 과간의 협조를 최대화시키는 것이 통합진료이다.
병원 내에서도 유난히 팀워크가 좋았던 폐암팀은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병원으로서 환자에게 가장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내자는 목표로 진료 및 치료 과정을 개편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바로 통합진료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환자 한 명에 의사들이 여럿 붙어야 하니,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돈 때문에 통합진료를 포기하기에는 의사와 환자들의 만족도가 워낙 높았다.
덕분에 통합진료는 점차 다른 과들에도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제는 서울아산병원을 대표하는 진료 시스템이 되었다. 해마다 서울아산병원의 통합진료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국내 병원들에서 견학을 올 정도라고 한다.
수술을 마친 환자가 편안하도록 회진을 자주 돌고, 환자가 치료를 위해 진료과를 전전하지 않도록 병원 시스템을 바꾸고, 심지어 ‘최선을 다해서 제대로 하자’는 교수님의 좌우명 역시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원칙대로 했을 뿐, 환자를 위해 특별히 더 잘해준 게 없다지만 교수님은 이미 환자를 향한 마인드가 갖춰진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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