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외과 김희정 교수는 유방에 자리 잡은 암을 수술로 치료하는 외과의사다. 그는 35세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젊은 유방암 클리닉 담당 교수이기도 하다. 젊은 유방암 환자만을 위한 특수 클리닉이 개설된 이유를 물었다.
“우리나라 여성 발병 암 가운데 유방암이 갑상선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아요. 유방암의 또 다른 특징은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젊은 여성도 유방암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거죠.”
젊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36살 미혼의 유방암 환자가 있었어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도 받아야 했고, 약도 최소 5년간은 복용해야 했어요. ‘치료를 마치면
41살이 되는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환자의 얼굴에는 희망보다 절망이 먼저 느껴졌어요. 치료 과정을 피할 순
없지만 그 과정을 잘 견딜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누구 하나 절절한 사연 없는 사람이 없죠.”
병원을 찾아온 환자가 그저 아픈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에게 인사부터 건넨다. 안부를 먼저 묻고
환자의 몸을 진찰하는 것은 분명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환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눈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 환우회는 결속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유방암 클리닉 교수들은 매달 환우회 찜질방 모임에 찾아가 환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어울리며 궁금증을 풀어준다.
지난달 그곳에서 그녀는 암환자의 성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환자들과 함께 나눴다. 진료실에선 크게 내색하지 않던 환자들도
자신의 속마음까지 쏟아내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그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 역시 여자이기 때문이다.
김희정 교수는 어떻게 하면 환자들이 고통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답을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호르몬 억제 치료에 대한 연구다.
“암이라고 하면 가장 두려운 게 재발이고 그 다음이 항암 치료에요.”
하지만 치료의 효과가 확실해서 섣불리 중단할 순 없다. ‘항암치료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게 바로 호르몬 억제 치료였다. 젊은 암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게
통념이었다.
그러나 3년 전 안세현 교수(유방외과)와 함께 시작한 연구로 특정한 유전자를 지닌 환자의 경우 호르몬 억제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올해 초부터는 울산의과대학 장수환 조교수와 유방암 치료에서의 난소보호 주사제의 효과를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냐는 질문에 김희정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모든 치료의 첫번째 목표는 완치에요. 하지만 같은 안정성을 보유했다면 수술 흉터를 되도록 작게, 동등한 효과를 보장한다면
호르몬 억제 치료와 같은 좀 더 편안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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