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 배울수록 외과가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위장관외과가 매력 있게 느껴졌다는 이인섭 교수. 위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이 교수는 환자의 절실한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저는 초진시간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조금 긴 편이에요. 치료계획, 합병증 등에 대해 1, 2분이라도 더 설명하면 환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때 환자와의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환자나 보호자라면 어떤 것을 제일 궁금해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몇 년 전, 타 병원에서 위암 수술 후 발생한 식도암으로 남아있는 위를 절제해야 하는 환자를 흉부외과와 협진 수술한 적이 있었다는
이인섭 교수. 정말 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복강 내 합병증과 담낭염, 폐 기능 저하 등 좋지 않게 이어지는 경과로 석 달 가까이 장기
입원했던 환자였다. 입원이 장기화되면 의료진, 환자, 보호자 모두 지치기 마련. 하지만 이 교수는 회진시간이 아니더라도 환자에게
들러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
사소하지만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의사의 모습을 환자, 보호자가 알아준 것일까.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늘 밝고 예의 있게 의료진의 말을 경청해 줘서 오히려 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인섭 교수. 환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 덕택에 이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자상한 교수로 인기 만점이다.
환자의 경과가 예상치 않게 나빠지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크게 마음 앓이를
한다는 이인섭 교수.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바둑 기사가 한 수
한 수를 복기하는 것처럼 하루의 마지막은 그날의 수술 과정을 되짚어
복기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교수는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듯이 환자의 가족력이나 기저 질환 등 환자 개개인을 고려한 치료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위를 부분절제하더라도 어떻게 접합을 해야 식사가 원활할지, 당뇨
조절이나 체중감량에 어떤 접합방법이 도움될지 고민해서 앞으로의 환자의
삶에 더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상적인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쉼 없이 고민하고 부족함을 채우는 이인섭 교수.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며 수술 말고도 할 일이 많다고
수줍게 웃었다.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치료를 하고 싶다는 이인섭 교수의 굳은 결심은 앞으로의 연구 목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위암 환자의 완치율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연구 중인 이 교수. 절제하고 남은 위의 용적을
측정해서 환자의 삶의 질이나 영양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거나, 내시경절제의 기준을 넘어서는 조기 위암에서 위를
좀 더 보존할 수 있는 수술법, 유전형에 따라 위의 절제범위 및 치료방법을 정하는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바로 그것이다.
“외과를 선택할 때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려 하느냐고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때 말씀드렸어요. ‘수술을 매년 200명씩
25년 한다고 가정하면 5,000명의 환자에게 완치를 향한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셈이 되는데 그 정도면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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