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정직과 진심이 만들어 내는 기적 2016.01.26

정직과 진심이 만들어 내는 기적 - 위장관외과 이인섭 교수

 

일주일 단위로 쉼 없이 이어지는 수술과 진료의 작은 틈. 그 사이를 겨우 비집고 위장관외과 이인섭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방금까지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던 듯 각종 자료로 어지러운 책상을 뒤로하며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운 저음이 인상적인 이인섭 교수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내가 환자나 보호자라면 어떤 것을 가장 궁금해할까?”

배우면 배울수록 외과가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위장관외과가 매력 있게 느껴졌다는 이인섭 교수. 위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이 교수는 환자의 절실한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저는 초진시간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조금 긴 편이에요. 치료계획, 합병증 등에 대해 1, 2분이라도 더 설명하면 환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때 환자와의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환자나 보호자라면 어떤 것을 제일 궁금해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몇 년 전, 타 병원에서 위암 수술 후 발생한 식도암으로 남아있는 위를 절제해야 하는 환자를 흉부외과와 협진 수술한 적이 있었다는
이인섭 교수. 정말 운이 없다고 할 정도로 복강 내 합병증과 담낭염, 폐 기능 저하 등 좋지 않게 이어지는 경과로 석 달 가까이 장기
입원했던 환자였다. 입원이 장기화되면 의료진, 환자, 보호자 모두 지치기 마련. 하지만 이 교수는 회진시간이 아니더라도 환자에게
들러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려고 애썼다.
사소하지만 한 발짝 더 다가가려는 의사의 모습을 환자, 보호자가 알아준 것일까.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늘 밝고 예의 있게 의료진의 말을 경청해 줘서 오히려 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인섭 교수. 환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 덕택에 이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자상한 교수로 인기 만점이다.


‘의미 없는 돌은 없다’ 부족함을 채우고 최선을 향해 나아가다

 

환자의 경과가 예상치 않게 나빠지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크게 마음 앓이를
한다는 이인섭 교수.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바둑 기사가 한 수
한 수를 복기하는 것처럼 하루의 마지막은 그날의 수술 과정을 되짚어
복기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교수는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듯이 환자의 가족력이나 기저 질환 등 환자 개개인을 고려한 치료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위를 부분절제하더라도 어떻게 접합을 해야 식사가 원활할지, 당뇨
조절이나 체중감량에 어떤 접합방법이 도움될지 고민해서 앞으로의 환자의
삶에 더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상적인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쉼 없이 고민하고 부족함을 채우는 이인섭 교수.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며 수술 말고도 할 일이 많다고
수줍게 웃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치료를 하고 싶다는 이인섭 교수의 굳은 결심은 앞으로의 연구 목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위암 환자의 완치율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연구 중인 이 교수. 절제하고 남은 위의 용적을
측정해서 환자의 삶의 질이나 영양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거나, 내시경절제의 기준을 넘어서는 조기 위암에서 위를
좀 더 보존할 수 있는 수술법, 유전형에 따라 위의 절제범위 및 치료방법을 정하는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바로 그것이다.

“외과를 선택할 때 왜 그렇게 힘든 길을 가려 하느냐고 아버지가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때 말씀드렸어요. ‘수술을 매년 200명씩
25년 한다고 가정하면 5,000명의 환자에게 완치를 향한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셈이 되는데 그 정도면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요.”


‘정직하고 성실하게’.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는 가훈처럼 어느 순간이든 정직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이인섭 교수.
진중한 저음으로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위암 환자들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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