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서로가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 2018.10.08

서로가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 - 신장내과 백충희 교수

 

백충희 교수에게 병원은 어린 시절부터 매우 친근한 공간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여러 번 병치레를
했던 8살 터울의 막냇동생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동생의 병간호에 매달려있던 그때, 동생의 건강을 지켜준 의사
선생님은 어린 백 교수에겐 누구보다 크고 멋진 존재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의사라는 직업을 동경해 왔던
백충희 교수는 30여 년 전 느꼈던 고마움을 더 많은 환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전신 건강을 좌우하는 장기, 신장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몸속에 노폐물이 쌓이고 결국 신체의 여러 기능이 망가지는 만성 신부전.
백충희 교수는 만성 신부전으로 신장이식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고령화, 당뇨, 고혈압 환자의 증가
등으로 투석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혈액투석은 4시간씩 일주일에 3번, 복막투석은 하루에 무려 4번을 해야 합니다.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니까 아무리 긍정적인 분도
얼굴에 그늘이 질 수밖에 없죠. 신장 이식을 하면 삶의 질이 굉장히 좋아질 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올라갑니다.”


백 교수는 이식 이후부턴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탓에 감염이 쉽게
생길 수 있고, 각종 암 발생률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수술 후 완쾌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외과 환자와 달리, 신장내과 환자는 의사와
한 팀이 되어 평생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백 교수는 신장내과 의사와 환자는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지켜보며 인생의 한 부분이
되어가는 특별한 관계라고 말했다.


생명 나눔의 고귀한 뜻을 잊지 말아야

 

서울아산병원의 신장 이식수술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일반인에 비해 혈관이
건강하지 않은 당뇨 환자의 이식 성공률도 90% 이상으로 일반 환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신췌장이식외과, 혈관외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등 관련과의
협진이 긴밀히 잘 되는 덕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60대 환자셨는데 이식결과가 안 좋아서 다시 투석하면서 재이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환자분을 뵈러 갔는데 절망적이실 텐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셔서 눈물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
환자를 뵐 때마다 더 실력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장이식은 공여자가 단 한 번밖에 줄 수 없는 소중한 생명 나눔의 기회다. 그러나
이토록 소중한 신장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식생활 관리나 혈압관리를 게을리하고, 면역 억제제를 잘 챙겨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신장은 쉽게 망가진다. 누군가는 수년을 기다리다 이식을 받지
못하기도 하는 소중한 기회. 소중한 생명을 받은 환자들은 그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백 교수는 힘주어 말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인생의 동반자

환자 상태가 나쁘거나, 연구가 잘 안 될 때 슬럼프를 겪는다는 백충희 교수.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비결을 묻자 바로 환자란다.
환자를 돌보면 저절로 슬럼프를 이겨낼 힘이 생긴다는 백 교수. 의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환자이기 때문일까. 백 교수는 긴 투병으로
지친 환자들에게 편안하게 상의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의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혈액형 불일치 신장 이식이 2009년쯤 시작됐는데 처음엔 외국의 수술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 하니까 감염 문제가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해서 한국인에게 맞게 면역 억제제도 감량하고 매뉴얼을 바꾸는 연구를 해서 적용했더니 성적이 크게
좋아졌거든요. 앞으로는 신장 이식 후에 생기는 거부반응이나 신장의 만성적인 변화를 막을 방법을 연구해서 이식한 신장을 더 오래
건강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의사라는 무거운 왕관. 그 무게가 주는 압박감에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백 교수는 자신을 의지하는 수많은 환자를 떠올린다. 30여 년 전, 동생에게 따스한 생명의
손길을 내밀어 줬던 의사들처럼 앞으로도 많은 환자를 건강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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