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결국, 사람을 향하다 2016.12.08

결국, 사람을 향하다 - 감염내과 정용필 교수

 

생물학 석사 과정에 매진 중이었던 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생물학을 공부하는 데 꽤 만족하고 재미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도 교수님의 말 한마디가 청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놨다.
“인생은 보람이 있어야 한다!”
생물학 자체에 대해서 흥미는 있었지만, 과연 보람을 느끼며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교수님의 말 한마디는 청년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다. 과연 그 청년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물학을 전공한 감염내과 의사

생물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청년이 바로 과거의 정용필 교수이다. 정 교수는 자신이 전공했던 테두리 안에서 보람 있는 직업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했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직업이 바로 의사였다. 정 교수는 과감하게
의대생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물학을 공부했던 자신의 이력을 살려 감염내과를 전공분야로 택하게 되었다.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는 감염내과는 환자에게 발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진균 등 감염 질환을 전체적으로 보는 내과의 한 영역이다.

생물학은 기본적으로 미생물에 대한 것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감염도 미생물에서부터 기인하잖아요. 감염내과는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험적인 연구도 합니다. 그래서 과거 생물학 석사 과정까지 했던 실험적인 경험들이 기초의학에 대한 개념으로 그대로
옮겨가니까 더 쉽게 이해가 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인간과 미생물의 싸움, 사람을 위한 연구

 

‘미생물’을 기초로 한다는 측면에서 정 교수가 공부했던 생물학은 감염내과와
학문적으로 서로 통하는 면이 많다. 덕분에 그는 감염내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 동시에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적인 측면에서 그가 보여준 성과는 꽤나 두드러진다.
정 교수 연구내용의 주된 것은 내성이 있는 균에 관한 것이다. 세균으로 인해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다.
하지만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되고, 결국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을 갖게 된다.
항생제 과다 사용이 초래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의 연구 중 항생제
치료기간에 관해 연구한 것은 의학계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항생제 치료기간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가 전임의 시절부터
황색포도알균을 치료할 때 항생제 사용기간에 대한 수치를 8년 동안 기록하고, 그 균주들을 다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다 재산인거죠. 그러한 기록을 통계로 황색포도알균 치료를 할 때 항생제 사용기간에 대한 가이드 지침과 관계되는 연구를 했습니다.”


덧붙여 그는 항생제를 잘 써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광범위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고 기본적인 항생제라도 치료가 된다는 인식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택한 길

정 교수는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의 침대 옆이나 환자의 옆에서 눈높이를 맞춰서 얘기하고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애초에 의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것도 사람을 통해 보람을 얻고 싶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측면이다. 정 교수가 보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거의 완치되어 퇴원한다. 하지만 간혹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닥친다고 한다. 100명 중 한 명 꼴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를 보게 될 때, 자괴감에 빠진다는 정 교수. 분명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힘든 시기를 보낸다고 했다. 그런 그는 환자에게 어떤 의사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실력 있는 의사로 남고 싶어요. 좋은 의사는 결국 실력 있는 의사인 거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해드리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의사가 되는 거로 생각합니다.”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감염내과와 환자를 향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생물학을 전공한
의사’ 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감염내과를 하기 위해 생물학을 전공한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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