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식도를 칭하는 상부위장관의 다양한 질환은 물론, 조기 위암과 식도암의 치료까지 맡고 있는 이정훈 교수. 레지던트 시절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내시경을 마치고 땀이 맺힌 채 마스크를 벗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바로 내 길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내과 의사는
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을 확 깨주는 장면이었다.
“내시경은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미세한 한 끗 차로 실력이 갈리거든요. 그 술기를 연마하고 내공을 쌓으면서 한 계단씩 성장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내시경은 수술하지 않고도 직접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게 굉장한 보람이고
개인적인 성취감도 크죠.”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캄캄한 내시경실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지는 않으냐는 질문에 '내시경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단호히 답한다. 이 정도면 내시경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교수의 진료 원칙은 다름 아닌 '기본'.
갈팡질팡 헤매는 환자에게 기본에 충실한 치료로 바른길을 알려주자는 것이란다. 상업화에 빠지지 않고 필요한 검사와 필요한 약만 처방하는 치료. 이 교수의 진료원칙이 서울아산병원의 기본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3년~95년, 5년 생존율이 약 42%였던 위암은 2010~14년 74%로 20여 년
사이 5년 생존율이 32%가량 증가했다. 치료기술도 발전했지만 조기 위암 환자가
전체의 60%를 훌쩍 넘어선 덕분이다. 내시경으로 속사정만 잘 살펴도
조기발견은 물론 완치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시경으로 조기 위암 이외에
진행된 암도 말끔히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기본만 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기술적으론 암 조직을 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이의 위험은 그대로
있으니까요. 일부 의사들은 비수술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기본을 외면하고
내시경으로만 치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환자가 고스란히 받거든요.
치료는 기본에 충실하게, 때로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보수적으로 해야 환자에게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생활 중 기억에 남는 환자를 '오늘 외래에서 만날 환자'라고 답하는 이 교수.
의사는 바로 지금,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환자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루 400여 건의 내시경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고 130만 예 이상의 풍부한 임상경험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 소화기 내시경센터.
내시경 시술의 질적 우수성이나 의료진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세계 정상급이다. 이정훈 교수는 10명의 교수가 함께 연구하고 상의하며
치료 방향을 정하는 상부위장관 팀에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나타냈다. 우수한 팀에서 연구하는 기쁨을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미국 연수에서 2년간 공부하고 온 것이 바로 '분자 영상 내시경'인데요. 위 내부에 특수약물을 뿌리고 특수내시경으로 보면 암만
정확하게 보이는 장비입니다. 그런데 현재 여건으로는 상용화되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 혼자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의공학팀과
화학자가 함께 연구해야 하니까요. 서울아산병원, 상부위장관 팀의 위상에 맞게 연구를 계속해서 상용화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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