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치료 2016.03.25

환자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치료 - 성형외과 오태석 교수

 

얼굴의 신경이 끊기고 근육이 없어져 웃으면 웃을수록 더 일그러지는 얼굴. 다른 사람과 '다름'에 절망하고
더욱더 사회와 단절된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환자들. 안면부위에 생긴 암을 제거한 후, 안면마비 후유증을
안은 환자들은 삶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만큼 큰 실의에 빠진다.
오태석 교수는 안면마비 환자들에게 예쁜 얼굴을 찾아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려고
노력하는 의사다.


‘의사 병’에 걸린 공학도

처음에는 의사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던 터라 고민 없이 공대 무기재료공학과에 진학했다는 오태석 교수. 입학한지 얼마 안 되어
농촌 봉사활동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오 교수의 인생을 바꿀 큰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선배가 일하다가 쇠스랑에 발을 관통당하는
사고를 당한 것. 마을회관으로 응급 처치할 약을 가지러 급히 달려가는데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면 어떨까?’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후로 뭐에 홀린 듯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점점 커져갔다. 급기야 공대 석사과정에
들어간 그해 5월, 오 교수는 의대에 진학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재수학원으로 들어갔고 무사히 의대에 합격했다.

“재수하는 걸 제일 반대한 게 아버지셨거든요. 저와 1년 동안 대화를 안 하실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가 의대에 다시 들어간 걸
제일 기뻐한 것도 아버지셨어요. 아버지도 의사에 대한 꿈이 있으셨는데 제가 대신 그 길을 걸어가게 돼서 뿌듯했죠.”


우여곡절 끝에 의사로서의 첫발을 디딘 것이었다.


어렵기에 선택한 길, 안면마비 재건

 

오태석 교수에게 두경부 재건, 특히 안면마비 재건 분야는 공부하면 할수록
새롭고 공부할 것이 넘치는 미지의 분야였다.

“신경은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전선 같은 것인데 신경이 끊어지면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고 또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면 종잇장처럼 얇아지다 결국
없어지게 돼요. 이걸 살리려면 허벅지에서 근육을 떼어다 이식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 조직에 피를 돌게 해서 먹여 살릴 혈관을 연결하고,
건강한 신경을 이어서 최종적으로 얼굴이 움직이게 하는 거예요.
이 모든 치료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는데 최근에는 수술 과정을 단축해서
4개월 정도면 얼굴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얼굴의 상처로 마음까지 닫아버린 환자들이 수술을 계기로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청신경 종이라는 귀 근처에 생긴 암을 제거한 후유증으로 안면마비가 온 20대 후반 여자 환자가 오 교수를 찾았다.
웃으면 입이 삐뚤어지고 눈도 감기지 않아 눈이 마르고 시렸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그녀는 우울증에 빠져 몇 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고 했다. 열네 시간이나 걸리는 수술을 통해 다시 활짝 웃을 수 있게 되었는데 얼마 전 외래에 내원했을 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더없이 뿌듯했다고.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으면 며칠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오태석 교수. 오 교수를 울게 하는 것도 웃게 하는 것도 결국 환자다.


환자와 의사 모두가 행복한 동행

앞으로도 계속 안면신경 재생 분야를 더욱 깊이 연구하고 싶다는 오태석 교수. 또 의사가 되기 전 공학을 전공한 경험과 접목해
3D 프린팅으로 뼈를 만들어 환자의 안면 재건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환자는 의사에게 스승이죠. 몸소 희생해서 교과서에 없는 것을 가르쳐 주니까요. 해결 방법은 많이 있으니 단지 얼굴 모습 때문에
위축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동반자로서 환자와 한 발 한 발 함께 걸어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오 교수의 얼굴에서 선한 진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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