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새로운 길에서 삶의 소식을 전하다 2019.02.15

새로운 길에서 삶의 소식을 전하다 - 응급의학과 김원영 교수

 

지난해 김원영 교수가 응급실장을 맡은 후 응급실 동료들로부터 3년 같은 3개월을 보냈다는 장난 섞인 투정을
들었다. 그 이유 중엔 응급실의 환자 순환을 빠르게 하기 위한 ‘218 시스템’이 한몫했다. 중증환자의 체류나
전원을 응급실에서 직접 결정하는 대신 해당 과에서 2시간 내에 보고 18시간 안에 입원 여부를 알리는
제도였다. 각 과의 상시적인 확인 연락을 김 교수가 책임지고 받기로 하면서 야간이나 휴일에도 업무폰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다.


응급중환자시스템을 만들어가며

김원영 교수는 내과를 염두에 두고 서울아산병원 인턴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장기적인 내과 치료보다 응급의학과의 초기 안정화
치료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응급실 생활이 시작되었다.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국내
최초의 응급중환자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진단이 모호한 중증환자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안정화하고 중환자 처치 및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컨셉이었다.

“취지에 공감해 첫 기수로 합류했지만 다양한 증상을 다룰만한 확신과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초창기엔 제 이름을 걸고
입원시킨 환자에 대해 타과의뢰를 요청하면 대부분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전에 없던 시스템이 낯설었던 거죠. 정착하기까지 모든
과정마다 난관을 만나는 듯했습니다.”


김 교수는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 두 분야의 전문의 자격을 받은 첫 케이스다. 또 의료비상팀(MAT)에 합류해 활동하기도 했다.
응급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했다.

“응급실의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설득력 있는 권위를 갖춰야 합니다. 권위는 체계와 순서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응급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죠. 모든 건 시작하면 결국 헤쳐나가게 되더라고요.”


지름길을 찾을 때까지

매일 저마다의 증상과 사연을 가진 환자들이 응급실에 도착한다. 김 교수에게
촌각을 다투는 초기 치료보다 어려운 것이 중증도와 시간 체류 제한에 따라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설득하는 일이다.

“입원 환자에겐 ‘잘 치료해봅시다’ 한마디면 끝나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환자에게 전원을 설득하려면 많은 시간과 감정을 쓰게 됩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응대하면 더 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병원만이
치료할 수 있는 환자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돌려보내야 했던 상황을 많이
봐왔습니다. 되도록 더 급하고 중한 환자에게 응급실 병상을 확보하여 최선의
치료를 하는 일은 제 의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의학적 판단은
단호했으며 행동에는 진정성을 갖추고자 애썼다.


전국적으로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4%에 불과한 데 비해 우리 병원
응급중환자실은 28%에 이른다. 빠른 처치와 응급의료 수준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다. 심정지는 이제 생존 가능한 질환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응급실에서 완치되어 나가는 환자는 드뭅니다. 하지만 겨우 처치해서 고비를 넘기고 인공호흡기를 뗀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의 행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거죠.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목적지

현재 저산소성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 이후에 각종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어떤 사람에게
발생하고, 어떻게 처치하고 치료할 것인지를 밝혀 세계적으로 통용될 프로토콜을 구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패혈증 쇼크 환자들의
골든 타임을 구체화해 합리적인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국내 응급의학과의 역사가 길진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초창기에 해외 저널에 논문을 내면 데이터를 검증할 추가 자료를 집요하게
요청하더군요. 해외 에디터들의 인식을 바꾸고 메이저 병원과 대등하려면 무엇보다 연구를 놓쳐선 안 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버드의대 심정지센터로 해외 연수를 갈 때도 꾸준히 교류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교수를 우선으로 찾았죠.


진료, 연구, 교육에 걸쳐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김원영 교수의 목적지는 분명했다.


“꼭 학술적·학문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평생 환자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제가 이룬 성과와 경험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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