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의사, 겸손을 배우는 과정 2016.01.19

의사, 겸손을 배우는 과정 -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

 

몸의 언어를 번역하는 번역가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환자 본인이지만 몸 안의 변화를 가장 잘 해독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건 의사다.
의사는 몸의 언어를 번역하는 번역가의 역할을 한다. 종양내과 윤덕현 교수는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무척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 게 의사로서 좋은 번역일까?

“예전에는 환자분들께 병에 대해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분들이 치료를
잘 받으실 수 있도록 병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함께 갖도록 말씀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얘기할 때 흔히 나오는 ‘컵 속의 담긴 반 잔의 물’ 에피소드처럼 어떤 상황에 대해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얘기할 줄 아는 긍정적인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로 얘기한 후부터 환자들의 상태가 더욱 좋아졌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자, 그는 적어도 환자들이 병을 이겨내려는 용기를 더 가지게 되는 것 같다는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의사는 겸손해야 합니다

 

그를 찾아오는 모든 환자에게 긍정적인 말로 용기를 북돋워 준다고 해도 모두 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전문분야인 림프종, 다발골수종 같은
혈액암의 경우 세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중 한 가지인 광범위 큰 B세포
림프종 (또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경우 항암치료를 통한 완치율이
60% 정도 된다. 이는 10명 중 6명이 완치된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10명 중
4명은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뷰가 있기 이틀 전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담당했던 환자의
보호자가 건 전화였다. 보호자는 그에게 전해줄 것이 있다고 했고 그를 만나
감사의 표시로 CD와 액자를 선물했다. 윤덕현 교수에게 감사인사를 건넨
보호자는 40대의 젊은 환자의 보호자로 환자는 치료 도중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져 결국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불행한 쪽에 속하게 된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은 환자의
가족을 마주하며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음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그가 생각하는 바이다.

“의사는 질병과 환자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무엇보다 당연히 실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간적인
성숙함도 가져야 합니다.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돌볼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 질병과 함께 환자와 보호자를 안팎으로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의사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합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 대체로 의사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만해지기 쉬운데 절대 오만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 바로 의사입니다. 우리가 생명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죽음은 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환자를 잃는다는 건 의사에게도 힘든 상황이지만 슬픔에서
한 발 더 나가 이 상황을 통해 반드시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 윤덕현 교수는 여전히 병마로 고통받는 10명 중 4명의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오만함을 경계하는 방법이자 의사로서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의 병태생리와 새로운 치료의 개발에 깊은 관심이 있다.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림프종, 다발골수종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더 나은 실력과 인간적 성숙함을 두루 갖춘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이러한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의 자신은 그런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일 뿐 본인이 말하는 ‘성숙’한 의사가 된
것은 결코 아니라며 행여 근사한 말로 자신이 포장될까 경계했다.


어제의 일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바로 알고 내일을 준비하는 겸손한 자세를 가진 그. 이러한 마음가짐이
그를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의사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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