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항상성을 지키는 매일의 노력 2021.09.23

항상성을 지키는 매일의 노력 - 심장내과 조민수 교수

 

아침 7시에 의료진 미팅과 회진을 시작해 시술 일정을 모두 소화하면 저녁 6시가 된다. 그때부터 시술 복기와
논문 작업으로 매일 밤 10시를 훌쩍 넘긴다. 전공의 때부터 변함없는 일과다. “제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대신
슬럼프도 없습니다. 맡은 일은 꾸준히 해서 원하는 목표마다 차분히 이뤄왔어요.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실망하기보단 빨리 다른 방향을 찾는 스타일이죠.”

 

선망하던 보람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병원에 드나들며 자랐다. 아버지가 정확히 무얼 하는지는 몰라도 환자들이 고맙다고 인사하는 걸 보면서
‘아버지의 일’을 선망하게 되었다. 의대에 진학해선 일찌감치 심장내과 부정맥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심장의 수축과 이완, 박동을
주관하는 전기 신호를 공부하는 분야였다. 단순한 선으로 나타나는 심전도를 통해 심장 내의 전기 흐름을 머릿속에 그렸다. 질병과
치료 경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쾌했다. 본과 3학년 때부터 심장내과학회를 찾아다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님들의 강연이 하나같이 멋있었어요. ‘저 병원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모교 병원 대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조 교수는 정상 심박 수를 벗어나 맥이 빠르거나 느린 것을 바로잡는 치료를 한다. 동일한 부정맥 질환으로 모자가 시술을 받으러
오거나 부부가 약물치료를 함께 받는 경우도 있다.

“맥박을 정상화하는 건 한 가정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는 걸 자주 실감합니다. 반대로 환자들의 고맙다는 한마디는
제 할 일을 꾸준히 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바라던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과 위안이 되니까요.”

 

확신을 주는 치료

 

그는 환자마다 장기적인 치료 계획과 대안을 준비한다. 그리고 시술에 이어질
약 처방과 재발할 때의 차선책, 앞으로 가능한 합병증과 완치 가능성 등 가능한
모든 조합을 환자에게 설명한다.

“환자들이 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저도 압니다. 중요한 건 치료를 끌고 갈
계획은 충분하다, 끝까지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제 환자들은
질병의 특성상 자신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삽니다. 약 하나가
잘 안 받고 시술 효과가 미미하면 ‘나는 이제 끝났구나!’ 단념해 버리기 쉽죠.
하지만 차선책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믿고 일상을 누리셨으면 해요. 급사
직전까지 간 환자에게 제세동기를 넣어주면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살아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요.”


제일 많이 치료하는 증상은 심방세동이라는 부정맥이다. 전극도자절제술을
실시할 경우 카테터를 사용해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를 수십 초간 찍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조직을 한 점, 한 점씩 파괴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장검사팀
정진용 유닛 매니저는 시술할 때의 조 교수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번 집중하면 누구보다 깐깐하고 섬세하세요. 그러다 시술을 마치면 ‘헤헤 잘 끝났습니다’라며 특유의 어린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는
분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워낙 많아서 각종 연구를 이끄시기도 하고요.”


성공적인 시술을 펼쳐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조 교수는 매일 밤 시술을 복기하며 반성을 거듭한다.

“‘왜 리드를 짧게 넣었지? 왜 이부분을 덜했을까?’ 늘 아쉬움이 남아요. 단번에 훌쩍 성장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제자리걸음을 끝없이
반복하다가 문득 되돌아보면 조금 성장해 있는 거죠. 꾸준히 내공을 쌓아서 환자와 동료에게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환자를 살릴 수
있다’라는 신뢰를 받고 싶습니다.”

 

성실히 맞이하는 내일

레지던트 때 ‘서맥성 부정맥에 동반된 다형성 심실 빈맥’이라는 드문 질환을 논문 주제로 삼았다. 20명의 환자를 모으는데 우리 병원의
과거 자료로도 모자라 수개월에 걸쳐 외부 병원에 다니며 차트와 심전도를 모았다. 고생 끝에 완성한 논문은 부정맥 분야의 대표 격인
「Heart rhythm」 저널에 게재되었고 미국 부정맥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노력의 대가를 진하게 확인한 순간이었다.
요즘 조 교수가 가장 마음 쓰는 것은 반복적인 심실 빈맥으로 쇼크에 시달리는 환자들이다. 심한 경우에는 보통 6년 이상 쓰는
제세동기의 배터리를 수개월 만에 교체해야 할 정도로 부정맥 빈도가 잦다.

“진료실에서 만나면 ‘살아서 왔구나!’라는 안도감부터 드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쇼크가 왔다는 건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났다는
의미거든요. 수십 번의 쇼크를 겪은 환자들은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저 역시 마음이 무거워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환자들과 함께
이겨낼 방법을 찾고 싶어요.”

 

의사는 경험을 통해 맞고 틀린 것을 확인하며 더 좋은 치료를 찾아간다. 조 교수의 꾸준한 성실함이 만들어갈
내일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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