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1㎜ 오차와 맞선다 2017.09.26

1㎜ 오차와 맞선다 - 신경외과 김정훈 교수

 

1.5kg의 작은 우주. 의식, 판단, 운동, 감각 등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관장하는 뇌다. 단 1㎜ 의 오차가 치명적인
뇌 손상을 남길 수 있는 뇌수술.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함으로 무장하고,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30년 넘는
세월 동안 뇌종양 환자들과 동고동락해온 신경외과 김정훈 교수를 만나봤다.


외과 의사들 중의 외과 의사, 신경외과 의사

인턴 수련 당시 김정훈 교수가 지켜본 선배 신경외과 의사들은 병동, 수술실, 응급실을 누비며 환자를 살리고 밤낮으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히어로였다. 마치 칼끝에 선 것 같은 긴장 속에서도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으로 정진하던
선배 의사들을 보며 신경외과 의사는 외과 의사들 중의 외과 의사, 딱 그 자체라는 생각에 이 길을 선택했다.

“악성일 확률이 10%고 양성일 확률이 90%라면 양성일 확률을 주로 말씀드립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오신 분들이잖아요.
제 말 한마디에 버틸 힘을 얻으실 수도 있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실 수도 있으니까 의학적 소견에 따른 객관성을 유지하되 가능한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한 달 동안 무려 약 50여 건의 뇌종양 수술을 소화해 내는 김정훈 교수. 김 교수가 환자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신뢰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개인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언제든 연락을 직접 하기를 부탁한다고.
환자와 오해를 줄이고 활발히 소통하고자 하는 김정훈 교수의 노력과 고민이 엿보였다.


좌절과 슬픔을 딛고

 

8년 전 한 악성 뇌종양 환자가 김정훈 교수를 찾아왔다. 19세 남자 환자로
수능을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들려온 비보였다.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 수능 시험 이틀 전 수술을 했는데 깨어난 환자가
수능 시험을 꼭 보러 가고 싶다며 김 교수의 허락을 구한 것이었다.

“과연 수능 시험을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다 그 환자와 동갑인 제 아들에게
의견을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제 아들이 하는 말이 그 환자가 그렇게
원하는데 수능을 치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어떠냐는 거였어요.
그래서 수능 날 간호사와 함께 구급차를 태워서 수능 시험장으로 보냈죠.”


하지만 환자는 장시간 개두술을 치른 직후라 도중에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4~5년을 더 투병하다 안타깝게 암 재발로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았던 환자였고, 동년배의 아들이
있었던지라 더욱 마음 저리게 김 교수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환자들에게 더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마지막 희망을 품고 이곳까지 찾아온 환자들이기에 김정훈 교수는 혼신을
다해 치료에 임한다.

 

겸손하게, 배우는 마음으로

지금은 명의 반열에 들어선 김정훈 교수지만 아직도 첫 수술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두 손이 환자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더욱 긴장했던 그때. 감히 인간으로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기에 늘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며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뇌종양 중 난치병, 불치병으로 일컬어지는 교모세포종이 있습니다. 지난 30~40년 동안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치료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의료기관, 다국적 기업과 임상 연구에 더 많이 동참해서 효과적인 항암제와 치료 요법을 찾아내
치료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함에 있어 냉철한 판단력, 사자와 같은 용기, 뜨거운 열정으로 끊임없이 탐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김정훈 교수. 그의 푸른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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