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혈관외과는 뇌와 심장의 혈관을 제외하고 전신에 걸친 동맥과 정맥에 발생하는 모든 혈관 질환을 치료한다.
혈관외과에서 치료하는 대표적인 동맥질환에는 동맥경화에 의한 하지동맥 폐쇄증, 동맥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팽창해 파열되는 동맥류
등이 있다. 한영진 교수는 이러한 질환들을 비롯해 하지 정맥류, 투석환자를 위한 동정맥루(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혈액 투석 시 투석
바늘을 꽂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혈관 접근로)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위장관외과나 대장항문외과의 경우 수술 범위가 한정돼 있다 보니까 수술 종류도 한정되어있거든요. 그런데 혈관외과는 치료할 수
있는 범위가 워낙 넓으니까 의사로서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명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동맥류는 응급실 도착 전에 환자의 50%는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응급환자의 수술을 위해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대기하는 한 교수. 긴장과 위기가 교차하는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돌파해 나가며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많은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 혈관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상태를 예측하기가
무척 힘든 분야다. 암 수술의 경우 암 덩어리를 도려내면 큰 걱정은 해결되는
셈이지만 망가진 혈관은 새롭게 길을 내거나 어렵게 복구해 놓아도
다시 막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그럴 때마다 한계를 느낀다는 한영진 교수.
하지만 그런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것도 환자다.
“50대 환자분이 양쪽 다리 혈관이 다 막혀서 오셨어요. 그런 심각한 경우엔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아직 젊으시니까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보자 해서 혈관을 뚫었죠. 이미 다리가 괴사하면서 신경과 근육이
손상됐지만, 다행히 회복이 잘 되고 재활도 열심히 하셔서 두 다리 절단 없이
회복하실 수 있었습니다.”
혈관 질환은 만성질환인 데다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다른 과와 협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협진 시스템을 통해 의사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다 해볼 수 있고 환자는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진료에 쫓겨 연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에도 한영진 교수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동정맥
기형이다.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적으로 생겨야 할 모세혈관이 생기지 않고, 동맥에서 정맥이 바로 연결돼서 혈관 덩어리를 형성하는 선천성
질환인데요. 발생 위치에 따라 몸의 특정한 부분의 근육이 위축되거나 마비가 나타납니다. 환자가 많지 않아서 관련한 연구가 드문
편인데 환자 케이스를 모아서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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