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의 캄캄한 발밑을 환히 비추다 2018.07.30

환자의 캄캄한 발밑을 환히 비추다 - 신경외과 박원형 교수

 

우리의 생명,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몸의 중추, 뇌. 우리의 모든 활동은 뇌의 명령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만큼 중요한 기관이기에 아주 작은 혈관 하나라도 잘못되면 전신이 멈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동맥류,
뇌출혈을 비롯해 뇌혈관이 서서히 막히고 비정상적인 혈관들이 생겨나는 모야모야병 등 각종 뇌혈관 질환의
미세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외과 박원형 교수를 만났다.


가장 중한 뇌혈관 환자를 살리는 보람

뇌혈관 질환의 치료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직접 머리를 열어 병든 혈관을 치료하는 미세 현미경 수술이고, 두 번째는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에 바늘을 넣어 뇌혈관을 치료하는 혈관 중재 시술이다. 최근에는 혈관 중재 시술을 통해 80~90%의 뇌혈관 환자를
치료한다지만 서울아산병원만은 예외다. 미세현미경 수술과 혈관 중재 시술의 비율이 50:50이다. 그 이유는 바로 중재 시술이 어려운
중환자들이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이다.

“혈관 중재 시술이나 감마나이프 방사선 치료 등 새로운 치료방법들이 속속 발전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수술밖에 없습니다. 이미 혈관이 터진 환자, 뇌경색 환자, 외상 환자는 머리를 열고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가장 중한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신경외과에서도 수술 분야를 선택하게 된 거죠.”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명적인 후유증을 피할 수 없는 뇌혈관 질환. 눈으로 간신히 보이는 가는 혈관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며 이을 때면
수술실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수시로 밀려드는 탓에 퇴근은 고사하고 간이침대에서 눈 붙이는
날이 허다한 박 교수. 하지만 혼수상태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무사히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면 박 교수는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연습, 또 연습

 

뇌혈관 수술은 치료 직후 바로 성패가 나타나는 수술이다. 아주 조그만
혈관일지라도 의사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환자는 평생 심각한 합병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박원형 교수는 현미경과 수술기구의 발달로 더욱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지만, 그보다 더 발전해야 하는 것은 의사라고 말한다.

“수술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가 있으면 수술 동영상을 밤새도록 돌려봅니다. 바둑
두는 사람들이 복기하듯이 말이죠. 그걸 보면 볼수록 너무 괴롭지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수술 전에 더 집중하고 배움을 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교한 손기술이 필요한 뇌수술. 박 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연구실 한편에
준비해둔 수술 도구를 챙겨 동물실험실로 향한다. 뇌혈관처럼 얇고 가는 쥐의
경동맥을 꿰매며 손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박 교수는 퇴임의
순간까지도 매일 연습하는 준비된 의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을 향해 환자를 이끌다

얼마 전 80세의 환자가 뇌동맥류로 박원형 교수를 찾았다. 젊은 환자였다면 수술을 권했겠지만, 환자가 고령인 것을 감안해
혈압조절과 보존적 치료를 권했다. 그런데 환자가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80은 숫자에 불과하고 내 몸은 충분히 젊으니 수술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충분한 검토와 고민 끝에 수술했고 다행히 환자는 건강을 회복했다. 초고령화 사회가 눈앞인 지금, 박 교수는
고령이어도 본인의 의지가 강하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박 교수는 환자들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어떤 환자분이 뇌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하시더라고요. '캄캄한 방에 혼자 있는 것 같다'라고요. 의사가
그 두려움을 100% 없애 드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약속은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양손에 손전등을 들고 앞장설 테니까
따라오시기만 하면 된다고요.”

 


조그만 손전등에 의지해 출구를 찾는 고된 치료의 여정. 하지만 박원형 교수의 믿음직한 어깨에 두 손 척 올리고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빛으로 가득한 출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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