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2016.10.31

환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부모님과의 식사 후 식탁 위의 늘어놓은 약봉지에 놀란다. ‘하나, 둘, 셋...’ 도대체 몇 개의 약을 드시는 건지...
‘이건 고혈압약, 이건 관절염약, 이건 당뇨약...’ 이 많은 약을 한 번에 복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모두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약이라고 하니 말릴 수가 없다.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를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이러하다.

“노인들이 가진 질환의 개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평균 4가지가 넘어요. 이런 환자의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주는 곳이 바로 노년내과입니다.”


노년이라는 질환

소아가 작은 어른이 아니듯 노인도 단순히 노쇠한 어른이 아니다. 근육량 감소, 면역력 저하, 어지럼증과 요실금 등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 생각하겠지만, 노년내과에서는 이를 ‘노인병 증후군’으로 본다. 노화는 여러 만성 질환들을 유발하고, 결국 신체 기능을
감퇴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혼자 식사를 못 하고, 옷을 못 입고, 기억력이 점차 나빠지고... 결국 누구든 이러한 과정에 이르게 됩니다. 이때 환자에게 필요한 건
각각의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노인병의 특징은 증상이 모호하고 매우 복합적이다. 그래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 이 환자에게 필요한 시술은 무엇인가, 가족이 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인가, 환자의 심리 상태는 어떠한가’ 이 교수는 이 모든
판단의 기준을 환자의 ‘존엄성’에 둔다. 왜냐하면 환자는 병의 집합체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셜록홈즈’처럼

 

외래를 온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런데 늘 곱게 화장을 하던 분이
이날은 화장도 하지 않고 부스스한 머리로 진료를 왔다. 혹은 걸음걸이가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여기서부터 이 교수의 진료는 시작된다.
콕 짚어 설명할 수 없는 변화와 증상을 관찰해 빠르게 진단해야 한다.

“가끔 자녀분들이 “며칠째 어머니가 주무시기만 한다”고 걱정하세요.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당뇨와
혈압을 가진 분이라면 중풍(뇌졸중)을 의심해볼 수 있는 응급상황입니다.”


노인 환자의 응급상황은 일반 환자와 다르다. 이미 여러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의
특성상, 면역 반응이 늦고 염증이나 폐렴이 와도 열이 높지 않아 진단이 늦어진다.
그래서 이 교수가 있는 노년내과의 외래 진료는 당일 진료가 가능하도록 늘
여유를 둔다.
최대한 빨리 증상을 알아내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남은 인생의 조력자가 돼야죠

노년내과 환자들 병의 이력은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역사가 길다. 그래서 이 교수는 환자가 오면 10~15분이라도 길게 들어준다.
왜냐하면 과거의 사고와 질병이 원인이 되어 노년에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내과의 좋은 점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거예요. 한 사람의 거대한 인생과 만난다고 할까요?
그리고 제가 그 노년 인생에 조력자가 되어드려야죠.”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 노인의학은 이제 막 큰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에
대한 필요를 절감하고 제도적인 시스템을 도모하고 있다. 이은주 교수는 더욱 많은 노인 환자의 조력자가
함께하길 한발 앞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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