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 석회화 기전 밝혀 DPP-4 억제제(혈당 조절 효소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 사용해 치료 가능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송재관ㆍ장은주 교수팀, 韓-美 특허ㆍ‘써큘레이션' 誌 게재
“기존 약물 사용해 개발 기간 크게 단축, 곧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적용할 계획”
최근 고령화에 따라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판막질환이 급증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약물치료 방법이 없었던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내과적 치료로 대동맥판막의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했다.
나이가 들어 석회화가 진행해 판막이 제대로 잘 열리지 않게 되면서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현재까지 중증으로 발전하여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치료로 판막의 석회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경우 환자의 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아 침습적인 판막수술이나 시술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송재관ㆍ의생명과학과 장은주 교수팀이 환자 및 실험동물의 판막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대동맥판막이 굳어지고 딱딱해지는 석회화를 분석한 결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효소인 디펩티딜펩티다제-4(DPP-4)가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과도하게 증가하여 대동맥판막의 석회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 기전을 이용해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DPP-4 억제제를 투여하면 대동맥판막 석회화의 진행이 억제된다는 것도 대동맥협착증의 실험동물을 이용한 연구에서 함께 증명해냈다.
특히 연구팀은 DPP-4 억제제의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용도를 최초로 입증한 것을 인정받아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 등록에 성공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DPP-4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 사용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약제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미 개발된 이 약제들을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제로 재창출함으로써 빠른 시일 내에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동연구자인 최봉근·이사민 박사가 포함된 송재관·장은주 교수팀이 이 석회화 과정을 분석한 결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DPP-4가 인슐린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작용을 억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동맥판막조직 세포에 칼슘이 쌓이고 석회화가 진행되었다.
이 기전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가진 쥐와 토끼 두 가지 동물질환 모델에 DPP-4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의 양이 증가되면서 결국 석회화가 억제되고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발생이 예방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를 ‘심장판막 석회화의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로 국제특허출원 하여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특히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DPP-4 억제제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에 관한 모든 권리를 갖고 있어 강력한 특허권을 보유한 상태다.
현재 연구팀은 범부처신약개발단의 연구비를 수주하여 다양한 DPP-4 억제제들 중에서 심장판막조직 분포도가 높고 대동맥판협착증 치료제로서 최적화된 유효용량을 갖고 있는 약제를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대동맥판막 협착증과 당뇨병을 갖고 있으며 추적 심장초음파가 시행된 환자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DPP-4 억제제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진행 예방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장은주 울산의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10~15년의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통상적인 신약개발 과정과는 달리, 시장에서 이미 사용되어 안전성이 검증된 DPP-4 억제제를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제’라는 새로운 신약으로 재창출해 곧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 밝혔다.
송재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진단되더라도 증상이 나빠질 때까지 별다른 약물치료 방법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약물치료를 통해 병의 악화를 막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번 연구는 임상의학과 기초과학이 만나 환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성과를 얻은 성공적인 예로, 향후 추가적인 임상시험를 통해 최적의 약물 유효용량을 결정하고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예방 효과도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하여 입증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과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약물치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로 세계 심장 분야 최고 권위지인 ‘써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실리면서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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