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환자 이야기 긴 기다림 더 큰 기적 2023.12.15

난치성 뇌전증 치료, 박태준 편

 

 

9살이 되면서 태준이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고 걷다가도 맥없이 주저앉았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병원을 찾았을 때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반사성 발작이 있는 난치성 뇌전증이었습니다. 당시 뇌파 검사로는 정확한 병소를 찾기 어려워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발작을 줄이는 간접적인 치료로는 증세가 더욱 악화될 뿐이었습니다. 기침 소리,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소리에도 발작하며 넘어져 수시로 응급실에 드나들었습니다. 말을 더듬게 되고 휠체어 없이는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학교생활도 중단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바닥일까?’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한 태준이와 가족들은 눈물과 한숨만 쌓여갔습니다. 그때마다 소아신경과 염미선 교수는 늘 당부했습니다. “태준아, 신약도 개발되고 의술도 발전할 테니까 희망을 가져야 돼!”

 

2022년 서울아산병원 뇌전증팀은 오랜 논의 끝에 태준이에게 뇌 내시경 SEEG수술을 처음 시도했습니다. 신경외과 홍석호 교수는 뇌에 150여 개의 전극을 삽입해 일주일간 모니터링하고 여러 차례 검토해 뇌전증 병소를 밝혔습니다. 병소는 운동 영역 신경과 매우 근접해 있어 제거 수술 후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의료진의 마지막 숙제였습니다. 태준이는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나을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극심한 통증을 이겨냈습니다.

 

수술 직후 태준이는 아무렇지 않게 두 발로 걸어 병실 침대에 올랐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가족들은 그 모습에 숨죽여 울었습니다. 8년간 꿈꾸던 기적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로 발작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의 오랜 약속대로 희망이 찾아왔고, 태준이는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일상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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