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고민하고 공감하며 답을 찾다: 안과 이병주 교수 2024.04.03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병주 교수 이미지

 

“많이 불편하시죠?”
이병주 교수가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환자들의 불편을 아는 것은 치료의 첫 매듭이 된다. 두 눈이 협동해서 움직여야만 불편이나 혼란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듯이, 이 교수도 환자와 함께 같은 치료 목표를 향해갈 수 있도록 마음을 터놓는 진료를 펼치고 있다.

 

대화에서 출발하는 치료
눈은 상당히 독립적인 기관으로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기능적으로도 복잡하고 오묘해서 일찍이 이병주 교수는 안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중에서도 시각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문제가 생긴 아이들은 세상을 똑바로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소아안과를 택했다. 보통 어릴 때부터 생기는 사시를 치료하면서 사시를 발생시키는 뇌 신경계 분야로 확장해 신경안과 진료도 병행하고 있다.

 

예전에 나간 아프리카 해외진료 봉사에서 20대 여성의 사시 수술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환자는 어려서부터 외관상 심한 사시였지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다. 수술 후 크게 만족한 환자는 이제 취직도, 결혼도 할 수 있겠다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주관적인 ‘미’를 다루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경험이었어요. 객관적으로 눈의 위치를 바로잡는 건 삶을 향상하고 개선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인 거죠.”

 

종종 환자의 기대가 치료 한계에 부딪히거나 의료진의 치료 목표와 다를 때가 있다. 이 교수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차이를 좁혀 나간다. “환자가 원하는 바와 생활 패턴 등을 먼저 파악합니다. 그 후에 질환 특징과 치료 방법을 설명하면서 더 좋은 선택을 함께 찾아가죠.” 수술이 결정되면 수술 양이나 방법을 놓고 이 교수는 혼자만의 고민을 거듭한다. 수술 직전에야 최종 결정을 내릴 때도 많다.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격은 스스로 꼽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처음 수술하는 분들의 경우엔 결정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재발하면서 복잡한 조건이 많아진 환자에겐 치료의 제한점도 많아지거든요. 최선의 다음 스텝을 만들어야 하기에 고민이 길어지는 거죠. 그게 서울아산병원의 역할이고요. 그리고 끝까지 고민한 결정은 후회도 남지 않더라고요.”

 

연구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마음
유전자 검사와 같은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면서 예전에는 왜 안 보이는지, 뭐가 불편한지 몰랐던 희귀 질환의 진단이 가능해졌다.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치료법을 묻는 환자들에게 해줄 대답이 없을 때 의사로서 마음이 대단히 무겁다. 특히 모든 시신경 질병이 최종적으로 이르는 시신경 위축이 이미 진행된 경우엔 손쓸 여지가 없다. “시신경을 보호할 방법을 연구하면서 실험동물 수준에서는 효과를 봤어요. 그런데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기초 연구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숙제죠.” 이 교수가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 석사 과정을 밟은 것도 기초 실험의 기회를 만들고 경험을 쌓으며 시신경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고 싶은 바람에서였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치료법이나 예방법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비침습적인 치료법으로, 신경과 강동화 교수와 사시 환자들에게 두 눈을 함께 쓰는 능력을 키워줄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게 되었다. 또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이다. 소아안과에서의 활용 방안과 어떤 환자에게 더 유용할지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나갈 계획이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다양한 질환의 첫 증상이 눈으로 나타나곤 한다. 안구 돌출과 사시로 인해 찾아온 한 환자는 ‘갑상선안병증’이라는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증상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진행이 다 멈춘 뒤에야 사시 수술을 할 수 있어서 환자는 불편한 채로 몇 년을 견뎌야 했다. 드디어 수술을 받고 외적인 문제와 사물이 둘로 보이는 불편을 해결한 환자는 작은 화분을 들고 이 교수를 찾아왔다. “정말 어렵게 꽃을 피웠다며 댁에서 키운 난을 선물해 주셨어요. 기쁘고 귀한 마음이 전해져서 늘 가까이에 두고 지금도 열심히 물 주고 있습니다.(웃음)”

 

이 교수는 ‘이제 저와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고대하며 환자들과 만난다.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이라면 눈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알지 못해 미궁에 빠진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필요한 진료과로 연결할 때를 꼽았다. “이미 다른 데서 여러 진료를 받으셨거나 몸이 많이 불편하신 환자분들이 저와 만날 때만큼은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편안하게 느껴지는 의사가 되도록 더욱 잘 듣고 공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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