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를 향한 응원의 마음으로 매일 노력하고 연구합니다 2024.07.09

거창한 결심 대신 매일의 노력으로

- 대장항문외과 김영일 교수 -

 

▲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영일 교수

 

하루에도 김영일 교수를 찾는 전화가 수시로 울린다. 대장항문외과의 특성상 간담도췌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타과와의 접점이 많아 정규 수술 스케줄 외에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수술하는 일이 다반사다. 수술실에서 자주 손발을 맞추는 의료진은 김 교수에 대해 항상 차분하고 격의 없이 소통하며 효율적으로 수술하는 실력을 갖췄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제 가족이 수술을 받는다면 김 교수님께 믿고 맡길 겁니다.”

 

 

책임을 완수하며 성장하는 순간들 
대장항문외과는 복강 내에 위와 십이지장을 제외한 소장부터 대장, 직장, 항문까지 넓은 범위의 치료를 관장한다. 거의 모든 장기와 인접해 있는 대장이나 소장에는 종양이 침범할 확률도 높아 한 달에 50~60건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해부학의 폭넓은 이해와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고 각종 진료과와의 협업이 많은 분야다. “그때그때 대처해야 하는 긴장과 피로가 있긴 해도 저를 믿고 찾아주는 의료진과 소통하며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똑같은 수술이라도 환자마다 컨디션이 달라 나태해질 틈도 없죠.”


의사가 된 이유를 묻자 “특별한 사명감이나 꿈이 있던 건 아니어서…”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문과 출신으로 법대에도 합격했지만 최종 선택은 의대로 향했다. “일단 입학만 해보자는 심산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남들은 힘들다는 의대 공부가 잘 맞고 재미있더라고요. 게임이나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일찌감치 외과로 진로를 정하기도 했고요.” 대장항문외과 펠로우 면접 자리에서 교수진은 ‘환자에 대한 헌신’을 제1 덕목으로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낮에는 환자를 만나고 밤이면 논문을 쓰는 생활을 이어갔다. 1년간 하루도 출근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제가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교수님들은 제 수술 기록지를 다 챙겨 보셨고, 더 이상 어떡할지 몰라 연락하면 새벽에도 답을 주셨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헌신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부담보다 더 큰 절박함
대장암, 직장암을 주로 수술하는 김 교수의 치료 원칙은 간단하다. 교과서대로 한다는 것. “막내 스태프로 수술을 막 시작했을 때 환자들에게 미안함이 컸어요. 저를 만나 우리 병원의 수술 대가이신 분들께 수술받을 기회를 놓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똑같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원칙부터 철저히 해왔습니다.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환자의 나이와 특성에 맞춘 치료 결정과 보다 효과적인 진행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서 젊은 환자를 보냈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까지 확인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적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개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다 온 환자들은 장기가 이미 헝클어지고 엉망인 경우가 많다. 겁도 나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김 교수는 이곳이 마지막 병원이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수술실에 섰다. 역시나 수술은 복잡하고 오래 걸렸지만 치료 목표를 무사히 달성할 수 있었다. 퇴원하는 환자가 고마움에 눈물을 보이자, 김 조교수는 담담한 인사로 기쁨을 대신했다. “그럼 이제 외래에서 뵙겠습니다.” 

 

 

▲ 환자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김영일 교수

 

환자 향한 응원의 마음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는 3기 대장·직장암 환자들의 완치율은 약 80% 이상이다. 다른 암종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지만 김 교수의 시선은 20%의 재발 환자들에게 향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제 잘못인 것처럼 안타깝고 힘들어요. 특히 젊은 환자라면요.” 그래서 더 적은 수의, 더 작은 구멍으로 가능한 로봇 수술에 꾸준히 도전하는 동시에 암을 효율적이고 쉽게 진단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재발 여부를 빨리 알 수 있거나 예측된 예후를 토대로 보다 적절한 치료 방안을 찾아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저에겐 연구가 제일 어려운 숙제예요. 대장암 치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고 싶거든요. 곧 예정된 해외 장기연수에서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환자가 오가는 진료실. 일순간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리자 환자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거듭 질문했다. 김 교수는 암이 원래 그럴 뿐이라며 환자가 마음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렸다. “황망함에 쉽사리 진료실을 나서지 못하는 환자분이 많아요. 처음엔 ‘여기에 좀 더 있는다고 달라질 게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환자의 고통을 다 알긴 어렵죠. 그런데 그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위로이자 공감의 표현일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응원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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