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룸 칼럼 슬기로운 자전거 생활 ① 자전거의 시작과 역사 2025.11.15

<이야기가 있는 산책>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

 

(AI 활용 일러스트 ⓒ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누가 빠른지 경쟁하듯 내달렸던 자전거. 세상 어디든 단숨에 갈 것만 같은 기분을 경험해 본 적 있으시죠? 뒷바퀴 옆 보조바퀴를 떼고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 주다가 어느 순간 손을 뗐을 때 두 바퀴만으로 균형을 잡으며 자전거를 타는 자녀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어지럼과 균형에 관심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의 입장에서도 자전거 타기야말로 건강과 균형 잡힌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확신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자전거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야외에서 마음껏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죠. (커지는 자전거 수요에 가격도 무시 못할 정도로 올라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번 호부터 세 가지 주제로 자전거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자전거의 시작과 역사’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법’ 그리고 ‘나에게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이번 시리즈가 어린 시절 느꼈던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바퀴, 페달, 그리고 체인
바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대 발명품에 들어갑니다. 거대한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굴림대를 이용해 먼 곳에서 무거운 대리석을 옮겨 왔기 때문에 지어질 수 있었죠.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바퀴를 이용한 마차는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우르왕조 시대에 짐을 나르는 수레 또는 귀족의 이동수단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퀴가 앞뒤로 연결돼 있는, 우리가 아는 모양의 자전거가 나타난 때는 언제일까요? 생각보다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 프랑스혁명 직후인 1790년, 프랑스의 귀족 꽁뜨 드 시브락Comte de Sivrac이 ‘빨리 달릴 수 있는 기계’라는 의미의 셀레리페르Célérifère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전거와는 달리 페달이 없었습니다. 달리기 위해선 두 발로 땅을 밀쳐야 했고 바퀴가 일직선으로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방향 전환도 불가능했습니다. 이후 1817년 독일의 귀족 카를 폰 드라이스Karl von Drais는 앞바퀴의 방향 전환이 되는 ‘달리는 기계’란 뜻의 드라이지네Draisienne를 개발했습니다(그림1). 여전히 발로 땅을 밟고 밀쳐야 했지만 사실상 자전거의 원조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817년 카를 폰 드라이스가 개발한 드라이지네.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됐으니 당연히 타이어도 자전거 바퀴에 먼저 사용됐겠죠? 1844년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가 천연고무와 황이 결합하면 탄성이 있고 안정적인 고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1888년 영국의 발명가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이 바퀴가 철과 나무로만 되어 있어 울퉁불퉁한 도로 위를 달릴 때 심한 통증과 두통을 호소하던 아들을 위해 고무로 튜브 모양의 호스를 만든 뒤 공기를 주입해 지면으로부터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최초의 타이어를 발명했습니다. 이후 던롭은 회사를 설립해서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타이어 회사가 되었죠. (참고로 자동차용 타이어는 프랑스의 미슐랭Michelin 형제가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페달을 열심히 돌려야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겠죠? 자전거에 최초로 페달을 달아 발을 땅에 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1839년 스코틀랜드의 대장장이 커크패트릭 맥밀런Kirkpatrick Macmillan이 개발했습니다. 페달을 위아래로 밟는 직선 운동의 힘을 전달해 뒷바퀴가 회전 운동을 하도록 하는 원리였죠. 여기에 더해 1876년 영국의 해리 로슨Harry J. Lawson이 체인으로 뒷바퀴로 힘을 전달하는 자전거를 개발했습니다. 이때 개발된 자전거는 안전하다는 뜻에서 세이프티Safety 자전거로 불렸습니다(그림2).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자전거와 관련한 굵직한 역사 대부분이 영국에서 이루어진 것을 아시겠죠? 그래서 영국은 ‘자전거의 종주국’이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처음 자전거가 들어왔을까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1906년 4월 22일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전거 대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당시 일본 선수들과 경쟁하며 민족정신을 크게 일깨우기도 했습니다. 1920년대 여러 차례 자전거 대회 우승을 차지한 엄복동 선수는 우리나라 1세대 비행사인 안창남과 더불어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광복 후에는 조선자전차경기연맹(지금의 대한사이클연맹)이 1945년 11월 발기인 대회를 거쳐 1946년 4월 발족했으며 1947년 국제사이클연맹(UCI)에 가입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입니다.

 

1876년 해리 로슨이 개발한 세이프티 자전거. 페달과 체인을 통해 힘을 전달하는 최초의 자전거였다.

 

세계 속의 자전거
세계적인 자전거 경기도 많습니다. UCI가 주관하는 경기 중에는 프랑스의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 이탈리아의 지로 드 이탈리아Giro d'Italia , 그리고 스페인의 부엘타 아 에스파냐Vuelta a España 등이 유명합니다. 세계 각국의 프로 선수들이 모여 3주에 걸쳐 수천 km를 달리면서 구간별 우승, 전체 우승 등을 놓고 경쟁합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인 사이클의 세부 종목은 총 18개로, 2021년 도쿄 올림픽에는 금메달이 22개나 걸려 있었을 정도로 주요 종목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런던 올림픽 때 처음으로 사이클 종목에 출전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시상대에 우리나라 선수가 오른 적은 없습니다. 아시안게임에는 1958년 도쿄 대회 때부터 참가했으며 금메달 33개, 은메달 30개, 그리고 동메달 39개 등 총 102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 3위의 기록입니다. 앞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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