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근거림부터 실신까지···다양한 부정맥 증상
심장은 일반적으로 분당 60~100회 규칙적인 속도로 평생 박동을 지속한다. 긴장하거나 운동 시에는 더 빠르고, 잠을 잘 때는 더 느려진다. 이러한 심장 박동의 속도나 규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통틀어서 부정맥이라고 부른다. 맥박이 간혹 중간에 한 번씩 건너뛰는 기외수축, 맥박이 과도하게 느린 서맥, 맥박이 과도하게 빠른 빈맥, 속도가 일정하더라도 불규칙한 심방세동, 치명적인 급사를 일으키는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 등 부정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부정맥으로 인한 증상 역시 무척 다양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가장 흔하지만, 호흡곤란이나 흉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부정맥이 심하면 신체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실신, 드물게는 급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자각 증상이 전혀 없지만, 혈압을 재거나 다른 질환으로 치료 중 심전도 검사를 시행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많이 착용하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 발생 위치 따라 위험도 달라···과도한 걱정 대신 정확한 진단받아야
부정맥은 발생 위치에 따라 심방성 부정맥과 심실성 부정맥으로 나누기도 한다.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를 받는 심방에 생기는 ‘심방성 부정맥’은 불편한 증상을 초래하기는 해도, 심장 밖으로 피를 내보내는 심실에 생기는 ‘심실성 부정맥’과는 달리 급사 등의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이처럼 모든 부정맥이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맥을 진단받았다고 과도한 걱정 먼저 하기보다는 진단에 대한 설명을 잘 듣고 위험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맥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증상이 흔하고 비특이적일 수 있기 때문에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 부정맥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30분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근처 병원에서 심전도검사로 진단받을 수 있지만, 증상의 빈도가 잦지 않고 지속시간이 30분 미만이라면 일주일 또는 이주일간 붙여서 기록할 수 있는 패치형 심전도감시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 심한 서맥 또는 심실빈맥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반복적인 실신 환자에서는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는 작은 기기를 피하에 삽입해 심장리듬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경우도 있다. 심실성 부정맥이 진단된 경우에 전문가 진료가 필수적이고 심장질환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심초음파검사 등의 검사를 받게 된다.
▷ 금주·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 통해 예방해야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 중 제일 흔하게 발생하는 심방세동은 심장의 보조 펌프에 해당되는 심방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상태이다. 심방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않아서 심방 내에 혈전이 발생할 수 있고, 작은 혈전이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없는 환자에 비해 심부전, 사망률도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위험도 평가에 따라 적절한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항부정맥제, 항응고제 등 약물치료나 도자절제술을 시행해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을 조절하는데, 진단 직후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널리 시행되고 있다.
심박수가 느린 서맥이 발견된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서맥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약제는 없으므로 심장박동기 이식이 최선의 치료이다. 최근에는 경정맥으로 삽입하는 전극선이 있는 심박동기 이외에 전극선이 없는 심박동기가 도입되어 사용 중이다. 일반 심박동기에 비해 시술과 연관된 합병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에서 소생된 환자들의 경우 위중한 심장병이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전문가의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하다. 심부전 환자의 경우 급사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담당의사와 상의해 심인성 급사 예방에 효과가 입증된 심실제세동기 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심실제세동기는 몸에 삽입할 수 있는 작은 자동제세동기(AED)라고 비유할 수 있다. 환자의 심장리듬을 분석해 심인성 급사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자동으로 진단해 치료하는 장비로,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 속에서 건강한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담배나 술처럼 부정맥을 유발,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으면 끊어야 한다. 식사, 체중조절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은 심장에 부담을 주어 금기처럼 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근력운동의 긍정적 효과 때문에 비후성 심근, 심부전, 심근경색 등 심각한 심장질환 환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근력운동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평소 건강하신 분이라면 무리가 되지 않는 간단한 근력운동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좋다.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지구력 운동은 심장에 커다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신체에 적절한 자극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권장된다. 단 이러한 운동은 일주일에 날을 잡아 한 번에 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주 3회, 1회 30분 이상 몸에 땀이 촉촉하게 젖을 정도의 강도로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히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체중조절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부정맥 환자 커피 마셔도 되나요?
A. 네, 당연히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를 매우 좋아하시기 때문에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간혹 핵의학과 단층촬영 때문에 커피 마시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서는 커피를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심방세동이 더 증가하거나 다른 종류의 부정맥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두세 잔 드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Q. 부정맥 환자인데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하나요?
A. 최근 매스컴에서 저속노화, 지중해 식단 등 여러 가지 식단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모든 것을 따라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데요. 그래서 현재 드시고 있는 식사를 한식 위주로 하시되 약간 짜지 않게 드시는 것을 권하고, 식사를 하실 때 항상 천천히 오래 씹어서 삼키시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과식을 피할 수 있고 소화가 잘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음식이 심장병에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골고루 모든 음식을 잘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드시고,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은 가능한 적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술 vs 담배, 어떤 게 심장에 더 나쁠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인데요, 두 개 다 나쁩니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병력이 있었던 분들은 담배가 죽상경화의 진행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하셔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음주 또한 여러 가지 부정맥의 발생에 기여를 하고, 아주 폭음을 하시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서 심근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꼭 피해야 합니다. 만약 다른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없다면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볍게 드시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이미 심혈관질환이나 부정맥으로 진단받았다면 가급적 음주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Q. 비만일수록 부정맥 발생률이 높다?!
A. 네. 비만으로 여러 가지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의 발생 위험이 매우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만이 되지 않도록 매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맛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시기 때문에, 맛있는 거 안 먹을 수는 없는 대신 ‘너무 많이 드시는 것’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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