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이야기 갑자기 숨이 차고 다리가 붓는다면? 정맥혈전증을 의심하세요 2025.12.22
프로필 사진
 
 
호흡기내과    이장호 교수
 

기도질환, 폐고혈압, 폐색전증, 천식
폐고혈압, 기관지확장증, COPD 전문의

 

올해 초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중 5화는 전공의 1년차인 고윤정 배우의 고백 장면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정맥혈전증 환자들을 자주 접하는 필자는 10년간 네 차례의 암 수술을 버틴 환자가 폐색전증으로 갑자기 사망하게 된 회차로 기억하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돼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로 응급실을 찾게 만드는 정맥혈전증. 그 원인과 예방,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맥혈전증이란

혈전은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류가 정체될 때 혈액이 응고되며 생성되는 덩어리다. 그중 정맥 혈관에 혈전이 생기는 질환을 ‘정맥혈전증’이라고 한다. 정맥혈전증은 크게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으로 나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깊은 정맥, 주로 다리 정맥에서 혈전이 생기는 질환이다. 드물게 팔에서도 발생하며 케모포트나 중심정맥관 등 의학적인 목적으로 체내 혈관에 이물질이 삽입된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해당 부위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 피부 색상 변화, 통증, 부종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폐색전증은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생긴 혈전 조각(색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아버리는 응급 상황이다. 무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기침, 객혈,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갑작스러운 심정지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맥혈전증의 원인

정맥혈전증의 원인은 크게 일시적인 원인, 영구적인 원인, 그리고 원인 미상으로 나눌 수 있다.


(1) 일시적인 원인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상황: 정맥혈전증의 유명한 별명이 바로 ‘이코노미석 증후군’이다. 최근 30세 여성이 뉴질랜드에서 중국으로 11시간 비행한 뒤 착륙 직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인은 폐색전증으로, 이코노미석의 좁은 환경에서 장시간 앉아 있다가 생긴 심부정맥혈전이 착륙 후 떨어져 나가 폐색전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 큰 수술이나 외상, 여성호르몬제 또는 피임약 복용 등도 일시적으로 혈전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다.

 

(2) 영구적인 원인

: 영구적인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이다. 완치되지 않은 암과 연관해 정맥혈전증이 발생해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말하면, 정맥혈전증이 발생한 원인 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강검진이나 추가 검사를 권한다.

희귀 질환: 항인지질증후군, 단백질 C 결핍증 등 혈전을 쉽게 유발하는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인 미상
위와 같은 요인들을 모두 확인하였음에도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AI 활용 일러스트)

 

정맥혈전증의 치료와 예방 방법

정맥혈전증이 매우 심한 경우 약물이나 시술로 혈전을 직접 녹이거나 응급수술로 혈전을 제거한다. 수술 후 또는 중증도가 비교적 낮은 경우에는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항응고제 치료는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는데 그 이유는 3개월 내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후 추가적인 치료 여부는 정맥혈전증의 원인에 따라 결정한다. 원인이 해결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항응고제 치료를 중단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암처럼 원인이 해결되지 않거나 찾지 못한 경우에는 재발 예방 목적으로 항응고제 치료를 장기간 유지하게 된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도 중요하다. 수분 섭취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과 같이 실내 활동이 증가하고 몸을 덜 움직여 장시간 앉아 있을 때는 중간중간 다리를 풀어주거나 잠깐 걷는 등 혈액 정체를 완화시켜야 한다. 압박스타킹을 사용하고 탈수를 유발할 수 있는 알코올, 카페인 섭취를 지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이전에 정맥혈전증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 전 혹은 약 처방 시 의료진에게 병력을 미리 알려야 한다. 이를 통해 적절한 예방조치를 받는 것이 치명적인 정맥혈전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맥혈전증은 조용히 진행되지만 발병하면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위험 요인을 알고 일상 생활 속에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평소 다리 부종이나 통증,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등 의심 증상이 반복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자.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