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인터뷰] 신생아과 김수현 교수 '가장 작고 위대한 우주를 지키는 첫 페이지' 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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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과 김수현 교수
 

신생아학, 미숙아 전문의

 

스스로 숨을 쉬거나 체온을 유지하는 일조차 힘겨운 아기들로 신생아중환자실은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부담이 큰 만큼 사명감도 커져간다는 서울아산병원 김수현 교수는 “그럼에도 신생아과 의사의 특권이라면 기다려볼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겐 스스로 성장하며 장기가 성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니까요”라며 꼼꼼한 모니터링과 초기 대응에 힘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김수현 교수

 

회색 지대의 아기들, 기적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펠로우 시절에 당직 의사가 단 둘뿐이던 새벽이었어요. 24주 세쌍둥이가 한꺼번에 태어난다는 응급 분만 콜을 받았습니다. 24주 아기는 한 명당 최소 두 명 이상의 의료진이 필요한 터라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병동과 집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때보다는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생명을 마주하는 설렘과 중환자라는 긴장감이 늘 교차합니다. 기대 여명이 얼마 안 되거나 난치성 복합 기형 등으로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에도 열심히 살피고 잘 살려보겠다는 사명감이 필요하죠.”

 

김수현 교수는 주수나 체중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거나, 산전에 기형을 진단받아 외과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아들의 치료를 맡고 있다. 보통 35주, 2kg 이상을 채우고 활력 징후가 안정되며 수유가 잘 돼야 치료 목표인 퇴원이 가능하다. “전공의 시절에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신생아중환자실 중증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어요.” 산부인과에서 산전에 태아 진단을 내리고 고도의 치료로 임신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어지는 신생아과의 치료 난이도 역시 높아졌다. 신생아과 의료진은 24시간 양질의 진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든 의료진이 모여 전 환자를 함께 회진하며 의견을 나눈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노력으로 500g 미만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의 국내 생존율이 20%대에 머무는 데 반해, 서울아산병원은 70% 가까이 끌어올렸다. 나아가 적극적 소생 주수 기준을 23주에서 22주까지 낮추며 회색 지대에 놓인 아기들을 살리는 테두리를 넓혀가는 중이다.

 

 

생존을 넘어,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며     

“단순히 아기를 살려내는 것보다 ‘어떻게 잘 살릴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려고 합니다.” 장기가 미숙한 환아들은 뇌출혈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되기 쉽다. 생존하더라도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반쪽 치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초기 소생과 인공호흡기 치료 단계부터 혈역학(심장 기능 및 혈압 등)을 최적으로 조절해 중증 뇌출혈을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관 삽관 시 적절한 깊이를 예측하는 공식을 밝힌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카이스트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며 기초 중개 의학을 접한 경험은 진료의 질을 높이는 임상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신생아 패혈증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 ‘라만 분광’을 도입한 협업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병섭 교수와 함께 아기 상태에 맞춰 수기로 처방하던 ‘정맥 영양’ 시스템에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고 상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틀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부모의 마음까지 보듬는 치료

“글을 쓰거나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 이과를 선택했는데 신생아과 의사가 되고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보호자와의 대화더라고요(웃음).”

펠로우를 시작할 무렵, 첫 아이를 얻은 경험은 환아 부모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도 신생아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 여긴다. “어머니가 뱃속에서 이만큼 품어 주셨기 때문에 저희가 치료할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꼭 해드려요. 감정 동요가 적은 제 성격이 불안해하는 부모님들에게 안정감을 드리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장기간 어려운 순간을 함께 보낸 아기들이 그에게 힘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퇴원 후 외래에 왔다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엄마와 들를 때다. 생후 첫날부터 중증 횡격막 탈장으로 에크모 치료와 여덟 차례 큰 수술을 이어간 윤성이도 무사히 돌을 지나 인공호흡기와 기관 절개관을 빼고 방긋 웃으며 나타났다. 오랜 시간에 걸친 어머니의 눈물겨운 돌봄과 의료진의 성실한 치료, 무엇보다 윤성이가 모든 치료를 잘 버텨준 덕분에 김 교수는 더 큰 보람과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논문 성적이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거대한 꿈보단 제가 치료한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경험이 쌓여도 자만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며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의사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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