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인터뷰] 대장항문외과 김민현 교수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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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항문외과 김민현 교수
 

대장암, 직장암, 복강경, 로봇수술 전문의

 

잘 먹고 잘 배설하는 일은 일상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대장항문외과는 그 일상이 무너진 환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막힌 장을 뚫고 암을 제거하는 수술부터 각기 다른 암의 성질을 읽어 치료를 결정하는 일까지. 김민현 교수는 손의 기술을 넘어 암의 성질과 환자의 삶을 함께 읽으며, 치료의 답을 찾아나간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민현 교수

 

손으로 고치고 결과로 책임지다

공대 재학 시절 생물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바이오 연구를 접했다. 연구를 파고들수록 그 끝은 ‘사람’으로 향한다는 생각에 닿았다. 사람을 직접 치료하는 일을 하고자 의대로 진로를 선회했고, 손재주를 인정받으며 직접 손을 쓰는 외과를 택했다. 그중 대장항문외과는 더럽고 고되다는 인식 때문에 피하고 싶은 분야였다. “막상 수술을 접해보니 장이 막히거나 터진 환자가 수술 후 눈에 띄게 좋아지곤 했어요. 내 손으로 환자를 직접 고칠 수 있다는 보람이 기다리는 분야에 매력을 느꼈죠.”

 

병동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거나 때를 가리지 않고 응급수술이 이어지는 분야다 보니 매 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숱한 시행착오와 환자 경험을 통해 언제 힘을 쏟고, 언제 남겨둬야 하는지 배웠다. “외과의사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고 결과에 대해선 무한책임이죠. 그만큼 당직도 많고 고된 일이 반복되고요. 제 모든 걸 걸고 하는 일인데 보람을 느낄 수 없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거예요. 내 손으로 환자를 고치고, 좋아지도록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제 일을 즐기며 해나갈 수 있는 거죠.”

 

암을 제거하고 환자의 삶을 남기다  

대장암 수술에서 종양학적 안전성과 기능적 보존이 종종 상충하곤 한다. 암의 완전한 절제로 재발률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되, 배변 기능이나 성기능 등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설계한다. 복강경과 로봇수술의 장단점, 개복 가능성, 환자의 선호 등을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데,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수술 기술만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수술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합병증보다 크지 않다면 수술을 권하지 않는 것도 외과의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언제 수술할 것인가’뿐 아니라 ‘언제 수술하지 않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능력 또한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쌓여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죠.”      

 

김 교수는 진료실을 찾는 환자의 첫 감정인 ‘불안’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능 저하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여지는 미리 알려 환자가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 환자 보호자가 됐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진료 현장이 환자에게 얼마나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의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줘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감이 해소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환자와 더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조차 편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안정적인 목소리의 높낮이와 몸짓까지 의식적으로 익혔다. 자주 받는 질문과 설명 내용은 스크립트로 정리해 환자마다 이해 수준에 맞춰 표현을 바꾸며 진료를 이어간다. “결국 의사는 진료 현장이라는 무대 위의 연기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까지가 수술의 과정인 것 같아요.”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민현 교수

치료의 지평을 넓히며 

김 교수의 관심은 암을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에서 어떤 치료를 어떤 순서로 시행할 것인가로 넓어지고 있다. 수술을 먼저 할지,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앞세울지 판단하려면 암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대장암이라도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어떤 암은 작아도 빠르게 전이되고, 어떤 암은 크게 자랄 때까지 다른 장기로 거의 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병기로 구분했지만 앞으로는 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 대장암입니다. 최근 대장암이 간과 췌장을 침범한 4기 암 환자를 만났는데요. 3년 동안 면역 치료를 받은 뒤 수술하려고 보니 종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응했습니다. 이 유형의 암은 면역반응이 활발해 면역항암제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결국 질환이 왜 생기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하나씩 밝히면 치료에 도움이 될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죠.”

 

진료와 연구에서 치료 선택지를 넓혀온 김 교수의 진료 무대가 2027년부터 달라진다. 새로 문을 여는 UAE아산소화기병원(가칭)에서 대장·항문 분야를 담당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면서 전체를 보며 서로 돕는 조직문화가 남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러한 의료 방식과 협업 문화를 그곳에서도 잘 구현해 환자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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