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병원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 2022.07.12

서울아산병원 응급간호팀 홍지혜 선임기능원

 

▲ (좌) 격리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홍지혜 선임기능원. / (우) 사용한 간호 물품은 소독액에 5분간 침적하고 세척한다.

 

CIC의 빈틈없는 간호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병동 곳곳에 닿는 손길

4종 보호구를 착의하고 격리 구역으로 향한다. 감염관리센터에선 감염병 대응으로 더 많은 관리 물품을 갖추고 촘촘한 격리 방침에 따른다. 그만큼 수시로 확인하고 빈틈없이 움직여야 한다. 또 병실마다 전실을 갖춰 전실 문이 완전히 닫혀야 병실 문이 열리는 음압 격리 시스템이다 보니 다른 병동보다 시간이 배로 걸린다. 얼굴에 밀착된 안면보호구와 마스크 속에선 금세 땀이 줄줄 흐른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찰나에 한숨 돌리며 다음 할 일을 차분히 이어간다. 

나의 일은 물품 정리와 선입·선출, 세척·소독, 세트 준비, 혈당을 재고 약을 타오는 등 원활한 간호 및 진료를 보조하는 것이다. 2년간 155병동에서 격리 업무를 경험하고 왔지만 CIC는 또 다른 역할 배분과 감염관리 대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칙대로 꼼꼼하게 챙기다 보니 이제는 대충 하는 게 더 어려워요.

 

업무 적응기

1994년 약제팀에 입사해 응급실 환자의 퇴원약을 전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수납과 동시에 약을 재촉하는 환자들로 동관과 서관을 늘 뛰어다녔다. 이후 간호부에 소속되면서 심장내과중환자실의 간호 보조 업무를 시작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업무였다. 진료 재료 하나하나 익혀야 했고, 2시간마다 간호사와 합을 맞춰 환자의 체위 변경을 할 때면 라인이 하나라도 빠질까 봐 진땀을 흘렸다. ‘그만둬야 할까?’ 고민하면서도 점심시간이면 얼른 식사를 끝내고 병동으로 돌아왔다. 가만 쉬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이제는 모든 물품을 규정에 맞춰 세척과 소독을 하고 린넨을 정리할 때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각을 잡는다. 정석대로, 정직하게 일하는 게 눈과 손에 익어서다.

 

▲ (좌) 환자의 혈당을 재고 있는 홍지혜 선임기능원(오른쪽). / (우) 병실마다 필요한 물품을 미리 확인하고 채운다.

 

처음엔 격리 병동에 가기 무서웠어요. 오래 함께한 간호사들이 간다면 저도 가야죠.

 

격리 병동에 싹튼 전우애

코로나19 상황이 본격화되던 2020년. 62병동에서 격리 병동인 155병동으로 이동했다. 격리 병동 업무는 예상보다 힘들었다. 2교대 업무는 3교대로 바뀌고, 몇 개월 정도일 거라 예상한 기간은 점점 길어졌다. 전동식 호흡보호구(PAPR)를 착용하면 외부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무거워서 금방 허리가 아팠다. 바쁜 일과 중에 30개가 넘는 보호구를 소독하는 업무까지 더해져 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진짜 눈물을 쏟은 때는 따로 있었다. 확진된 아버지를 CCTV로 간신히 볼 수 있던 딸이 “아빠 미안해. 정말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였다. 손 한번 잡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경황없이 격리된 노출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옷과 물, 수건 등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오늘의 룸서비스 왔습니다~.” 장난스러운 인사로 아침을 깨우면 환자들은 웃음 지었다. “역시 서울아산병원이네요!” 돌아오는 인사에 힘이 났다. 친절도 체력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에 나이에 지지 않으려 틈틈이 운동 중이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서울아산병원에 걸맞은 직원이 되고 싶죠.

 

오래 축적된 자부심

옷에 단추가 떨어져 갱의실로 서둘러 들어갔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데 뒤따라 들어온 신규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저 너무 힘들어요.” 신입 간호사는 울고 있었다. 두 팔 벌려 안아주었다. 그동안 많은 간호사의 적응 과정을 봐왔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능숙한 간호사로 성장해 있었다. 스스로 해결해나갈 자질과 시간은 충분하기에 위로의 말도 필요 없었다. 울음이 사그라질 때쯤 “자, 다 울었으면 이제 나 좀 도와줘요. 바늘귀가 왜 이렇게 안 보이는지, 원.” 뜬금없이 바늘과 실을 건네받은 간호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돕고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지면 누구와도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된다.

종종 간호사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간호사와 함께 일하며 간호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병원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오래 해온 자부심이 있어서다. 눈에 띄지 않는 역할일지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환자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환자의 베드를 정돈하는 순간에도 기분 좋은 주문을 담는다. “이 환자분, 오늘 새로 태어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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