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퇴원 후에도 안심하세요 2022.10.10

간호교육행정팀 심순희 과장

 

 

"퇴원 환자들과 전화로 만나지만 제 눈과 귀, 손은 쉴 새가 없어요."

 

오늘도 통화 중

“서울아산병원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심순희입니다.” 환자의 전화를 받는 동시에 환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다.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항암 치료는 며칠째인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눈으로 빠르게 정보를 스크린하면서 환자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다. 상담 대상은 종양내과, 산부인과, 심장내과의 퇴원 환자들이다. 증상 및 관리, 투약, 일상생활이나 일정 문의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통화는 짧으면 5분 내외로 끝나지만 퇴원한 병동에 내용을 확인하거나 여러 부서에 협조를 구해야 할 때면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두 대의 전화기 중 하나는 해피콜 업무용이다. 퇴원 1주일 이내의 환자에게 전화해 입원 경험에 관해 묻고 퇴원 후 관리가 잘 이뤄지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환자들의 병원생활에 대한 피드백을 토대로 개선 사항을 점검할 수 있다. 8시 30분부터 이어진 환자들과의 통화에 점심쯤 되면 목이 잠긴다. 

 

▲ (좌) 심순희 과장(뒷줄 오른쪽)을 포함한 4명의 간호사가 전화 상담 업무를 한다. / (우)정확한 상담을 위해 여러 진료과의 지식과 정보를 항상 업데이트한다.

 

 

"무관심한 간호사, 무지한 의료인은 되고 싶지 않아요."

 

고민과 공부

종양내과 병동에서 일하다가 2019년 10월부터 상담실 업무를 시작했다. “종일 앉아서 일하면 편하지 않을까?”라는 반응도, “전화로 환자를 상대하기가 얼마나 힘든데!”라는 만류도 있었다. 실제 업무를 맡자 어떤 환자가 어떤 내용으로 전화할지 알 수 없는 부담이 컸다. 수시로 임상 현장의 동료 간호사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었고 분기별 매뉴얼과 다빈도 Q&A를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꼼꼼히 익혔다.  

전화로만 환자 상태를 파악하려면 말투나 숨소리까지 귀 기울여야 한다. 명확한 우선순위와 적절한 판단력은 상담 간호 업무의 필수다. 공감도 중요한 요소여서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되도록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어떻게 하면 바쁜 병동을 대신해 환자들의 문의를 해결하고 퇴원 환자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을까. 차분한 통화에도 머릿속은 늘 분주하다.

 

 

"의료진에겐 환자의 퇴원이 끝일 수 있지만 환자에겐 시작이에요. 저희가 필요한 이유죠."

 

환자에 더 가까워진 간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한 환자가 흉통을 호소하면서 전화했다. 코로나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고 했지만 해외 입국자여서 고려할 게 많았다. 감염관리실과 ACU, 진료과, 지역 보건소 등에 연락해 환자 이송부터 입원까지의 절차를 조율해 환자에게 알렸다. 환자가 숨은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도 무사히 치료받도록 도왔다는 데 뿌듯함이 밀려왔다.   

퇴원 환자들은 마땅히 물어볼 데가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 이때 해피콜 업무로 전화하면 자연스럽게 퇴원 상담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퇴원 환자까지 신경 써주고 역시 아산이네요”라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물론 아슬한 상황도 있다. 몇 가지 단서로 환자의 상태가 의료진이 확인해야 할 만큼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섰을 때였다. “응급실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보호자는 “제가 지켜보고 알아서 판단할게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온종일 마음이 쓰였다. 다음 날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그 보호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환자의 맥박이 140회로 컨디션이 떨어지고 자꾸 잠들려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응급실로 오세요”라고 안내했고 나중에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환자가 잘못됐다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환자를 위한 조치라면 단호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 (좌) 심순희 과장이 퇴원 환자가 걸어온 문의 전화에 응대하고 있다. / (우) 심순희 과장(왼쪽 첫 번째)과 동료 간호사들이 개선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오해나 불만이 쌓인 환자도 누군가 경청한다는 사실만으로 병원에 대한 인식을 바꿉니다."

 

쌓여가는 전문성

“코로나 검사까지 받느라 많이 번거로우셨죠?” 환자가 불편했을 상황을 미리 파악해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환자는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아니요~ 병원이 철저해야 나 같은 환자들이 믿고 가죠.” 하지만 전화를 차갑게 끊거나 스무고개 하듯이 함정 질문을 하고, 불만이 많은 환자와 통화하고 나면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잠깐 나가서 기분 전환하고 와요!” 동료들의 배려로 상담실 앞 옥외 공원에 나가보지만 끊임없이 울릴 환자들의 전화가 염려돼 금방 되돌아오고 만다.  

환자 기록에 근거한 업무여서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진료과나 병동에 요청한다. 환자 기록과 짧은 통화만으로 정확한 후속 조치를 안내할 때는 괜히 으쓱해진다. “이 정도면 우리 점쟁이 아니에요? 촉이 아주 좋아!” 동료들과의 농담에 김현영 유닛 매니저가 말했다. “그건 촉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임상 경험과 지식이 바탕이 된 거죠!” 흔히 듣던 근거 기반 간호, 전문 간호를 지금 내가 펼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4시 59분. 전화 업무 마감 1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진료과에 확인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어 동료들에게 먼저 퇴근하라고 손짓했다. 헤드셋을 매개로 한 나의 간호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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