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목소리를 찾아드립니다 2022.09.10

특수검사팀 정고은 음성치료사, 안대성 발성치료사

 

▲ (왼) 안대성 사원은 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아 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다. / (오) 정고은 대리(오른쪽)가 음질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목소리 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다양한 이유로 목소리를 잃기도 합니다.

 

음성 치료·발성 치료

이비인후과 발성치료실은 조용할 새가 없다. 호흡 연습부터 입술 떨기, 허밍 등 안대성 사원의 연이은 주문 때문이다. 그의 발성 치료는 언어병리적인 치료법만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쓰는 환자들이 주로 받는다. 옆 치료실에서는 정고은 대리가 특정 음성 장애 진단 혹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를 위주로 음성 치료를 진행한다. 발성과 음성 치료를 세부적으로 다루는 것은 서울아산병원의 강점이다.    

배우자의 사망과 같은 충격으로 목소리가 막히거나, 수술 후유증으로 쉰소리가 나고, 오랜 전화상담 업무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사연과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찾아온다. 치료사는 이들의 기질적·기능적 문제를 파악해 치료 방향을 설정한다. 그리고 맞고 틀린 소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체화시키며 좋은 소리로 교정해나간다.

 

음성 치료사는 소리도 잘 들어야 하지만 환자의 마음도 잘 들어야 해요.

 

환자와의 동고동락

6개월간의 치료에도 떨리고 쪼이는 목소리가 고쳐지지 않던 환자가 있었다. 정고은 대리는 치료 방향에 확신을 가졌지만 환자의 부모는 더 쉬운 방법은 없는지, 언제까지 치료받아야 하는지 물으며 조바심을 냈다. 그래도 꿋꿋이 반복훈련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소리가 탁 트이는 순간이 찾아왔다. “방금 들었어요?” 정 대리가 놀라서 소리치자 환자는 눈물을 터뜨렸다. “제 진짜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봐요.” 그동안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모두 전해졌다. 목소리가 트이고 난 뒤 환자의 표정과 성격은 점점 밝아졌다. 긍정적인 변화를 지켜보며 음성치료사로서 더없이 기뻤다.

정 대리는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즉시 물과 약, 휴식을 챙긴다. 직접 발성 레슨을 받으며 환자들의 안 풀리는 문제를 더 큰 시야로 접근해보기도 한다. 누군가를 치료하는 데에는 언제나 부담과 책임이 따른다. 

 

▲ (왼) 안대성 사원이 스케일 발성을 연습시키는 모습. / (오) 후두내시경으로 환자의 성대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 정고은 대리.

 

제가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음성학을 공부하다가 발성 훈련법까지 찾게 됐죠.

 

발성치료사가 되기까지

안대성 사원은 성악을 전공하고 여러 유명 연예 기획사에서 보컬 코치로 일했다. 발성 훈련법을 찾다가 언어치료학 공부를 시작해 국가 자격을 취득했다. 이때 우리 병원에서 실습한 것을 계기로 2015년부터 발성 치료를 맡게 되었다. 성악과 언어치료를 접목한 치료는 그만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근무 초반에는 환자를 한 명도 보지 못하고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전문적 음성 사용자에게 특화된 발성 치료는 음성 치료에 비해 낯선 분야여서 의료진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노래를 가르칠 때의 노하우가 치료 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당황하기도 했다. 오랜 경험이 쌓인 지금은 음성치료사들과 자주 워크숍을 갖는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모두 달라 똑같은 기법을 써도 치료사의 역량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치료의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아 어떻게 소리가 바뀌고, 어떤 타이밍에서 확신을 갖고 치료하는지를 공유한다. 또 발성 훈련법을 다루는 SNS 채널을 운영하며 일반인에게도 올바른 정보를 가감 없이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자의 목소리를 찾아드리고 싶어요.

 

치료사의 고충

“사오정 목소리를 고치려고 안 받아 본 치료가 없었는데….” 진성과 가성이 구분되지 않는 환자를 안 사원은 1년 가까이 치료했다. 40여 년 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환자는 크게 기뻐했다. 음성 치료는 재활 훈련과 같아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간혹 보톡스 시술이나 약 처방으로 쉬운 해결을 원하는 환자를 만날 때면 치료사로서 안타깝다. 한편 정 대리는 한 여고생 환자를 한참 설득해야 했다. 톤이 높은 아기 목소리를 교정하려던 환자는 훈련을 통해 제 목소리가 나올수록 남자 같다며 못마땅해했다. “남녀의 성대 구조가 달라서 남자 소리는 날 수가 없어요.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나이와 체형에 맞는 목소리를 찾는 게 치료 목표잖아요.”

치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정 대리와 안 사원이 모였다. “오늘 처음 온 환자분은 제가 이야기를 잘 듣고 안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을 짚어드렸더니 ‘맞아, 맞아’하면서 잘 따라오셨어요.” 정 대리의 이야기에 안 사원이 대답했다. “대리님은 공감형 치료사잖아요. 저는 정확하고, 매섭게 훈련해요. 목소리를 잘 찾고 나면 평생 좋아질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어서요.” 각자의 치료실을 넘어 음성 치료라는 공통된 주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내일의 환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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