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중장년층 건강관리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 2022.11.09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

 

 

노인의학을 공부하고 어르신 진료에 전념한지 12년이 넘은 것 같다. 이전 외래는 주로 70~80대가 중심이었지만 요즘 50~60대 액티브 시니어가 확실히 늘어남을 느껴 진료실에서는 못다 한 이야기를 잠시 풀어내려 한다.

 

“예전처럼 먹고 운동하고 관리하는데 몸이 나아지질 않는다”

여러가지 다르게 풀어서 표현하지만 여전히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이다. 젊었을 땐 몸이 좋지 않아도 나름 이렇게 먹고 저렇게 관리하면 그럭저럭 좋아졌었는데 어느 시점(대부분 중장년층)부터는 아무리 신경을 쓰고 이전처럼 노력해도 컨디션 회복이 안되고 몸이 나빠짐을 호소한다.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먼저 들렀고 특별히 이상이 없거나 납득할 만큼의 병이 아님을 확인한 후에 많이 버티다가 외래로 내원하는 것 같다. 왜 그런 걸까?

 

건강관리는 질병 ‘상태’의 관리가 아니라 ‘방향성’의 관리이다.

‘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은 상태(현상)로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아주 느리게 변하는 정적 상태가 아니라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변하는 생명체다. 사람은 24시간 숨쉬고 먹고 움직이고 이에 따라 세포와 장기들이 끊임없이 생산과 분해를 반복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래된 세포는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한다. 즉, 내 몸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정밀한 메커니즘이 있는데 여기에 질병뿐만 아니라 생활관리, 습관, 노력 등이 모두 더해져 건강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또는 불리한 방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그것이 내 방향성까지 정상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이럴 때는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하루 1°의 방향차이 - 365일이면 내 건강의 360°가 바뀐다.

젊은 사람이 중장년층 성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소 본인의 건강유지에 맞지 않는 습관이 있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완충 여력(buffer)이 크다는 점이다. 젊어서는 불면증이나 변비, 잦은 음주, 약간 높은 혈압 등이 있어도 대개 별문제 없이 이겨내며 잘 의식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면 ‘나는 원래 불면증이 있어’ ‘나는 원래 고기를 못 먹어’라는 나름의 스타일을 큰 고민없이 받아들이고 그에 맞춘 건강관리 방법을 본인의 노하우로 삼아 건강을 유지해오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몸이 바뀐다.

점점 체형과 약물대사능력, 그리고 장기별 잔존여력이 변한다. 대부분 그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것 같다. 내 몸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내 몸에 잘 맞던 건강관리 방식을 고수하면 최적화가 어려워진다. 임상현장에서 보면 그것이 오히려 더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허다하고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가속화하는 것도 흔히 본다. 이런 방향성이 일정시간 지나 본인이 감당 가능한 영역(zone)을 넘어서게 되면 자꾸 몸이 좋지 않음을 느끼고 시청각기능 저하, 체중·체형 변화, 건망증 증가, 심지어 약물 반응이 달라지고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조절이 안되기도 한다. 중장년층 이전에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개 이런 분들은 질병이 없거나 안정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관점으로 건강관리를 하면 원인을 못 찾고 엉뚱한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장년층의 진료에서는 본인 특유의 생활습관과 관리방법, 리스크 요인을 듣고 세밀하게 분류하여 마이너스 요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바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년내과는 약 복용뿐만 아니라 운동과 식습관 등 그 환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을 중심에 놓고 매일매일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관리 방향과 각도를 큰 부담이 되지 않게 조정하여 시간이 갈수록 최대한 저절로 회복되게끔 돕는 것이다. 하루 1°의 방향 차이를 체감하는 분들이 병원에도 제법 있을 것 같다.

 

노년내과 진료의 가장 큰 차별점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모든 질병과 증상, 복용 약을 원점에서 본다는 것이다. 음식, 운동, 수면 등 다양한 건강 관리 요소들을 최적화함으로써 건강의 방향성이 내리막으로 향하는 요인을 교정하고 정상궤도로 복귀하게끔 시도한다. 그 내리막 요인이 일반적인 노화 코스와 현저히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필시 다른 질병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검사하여 숨은 질환 또는 조기암 등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잠재적 위험요인을 확인해야 한다. 환자를 중심에 두고 건강 최적화를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 이것이 노인의학 진료실의 풍경이며 이를 사람 중심의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 정밀의료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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