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25cm의 선행 2023.04.19

 

 

서울아산병원 수술간호팀 문은주 간호사는 중학교 때부터 2년에 한 번씩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한 머리카락은 어린 암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가발 제작에 쓰인다. 올겨울 일곱 번째 기부를 앞둔 문은주 사원을 만나 모발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모발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방학 때였다. 라디오에서 머리카락을 기부하면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쓰인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마침 긴 머리를 자를 때도 되어서 미용실에 자를 들고 갔다.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묶은 채로는 가위질이 어렵다며 이발기로 찍어 눌러 자르더라.(웃음) 자른 모발을 그대로 비닐에 담아 ‘어머나 운동본부(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활동 단체)’에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나눔이었다. 그 후로 2년마다 나만의 정기 행사로 기부를 하고 있다. 이제는 미용실에서도 알아서 기부용으로 잘라 준다. 머리가 조금 더 길면 올겨울에 또 기부할 계획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25cm 이상을 자르려면 거의 허리까지 머리를 길러야 한다. 머리를 감다가 허리가 아플 때는 꼭 허리와 머리카락을 맞바꾼 기분이 든다. 말리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침 외출 전에는 되도록 감지 않는다. 수술실에서 바쁘게 일하다 보면 긴 머리카락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기분 전환 삼아 머리를 자르고 싶은 위기도 잘 넘겨야 한다. 예전에는 펌이나 염색을 한 모발은 기부할 수 없어서 제약이 많았다. 요즘은 다행히 환자들도 다양한 가발을 원해서 기부받을 때도 모든 머리 스타일을 허용하고 있다. 머릿결이 너무 상하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된다. 덕분에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재미가 생겼다.

긴 머리를 한 번에 확 자르고 나타나면 다들 이유를 묻는다. 모발 기부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하거나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설명하기가 쉬워졌다. 막상 25cm 이상을 기르기란 어려울 수 있지만 더 많은 관심과 기부로 이어지도록 주위에 많이 알리고 싶다.

 

보람을 느낀 적은?

대학생 때 실습을 나가서 우연히 모발 기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거기 있던 소아암 환자가 “제 머리도 기부받아 만든 가발이에요!”라고 해서 정말 반가웠다. 내 머리카락이 한두 올쯤은 섞여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되면서 뿌듯하더라. 

또 입사를 준비할 때 우리 병원의 핵심 가치 중 ‘나눔과 배려’가 있는 것을 보고 ‘이거다!’ 했다. 자기소개서에 모발 기부 경험을 적었고 면접 때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나의 나눔 활동과 꾸준함을 믿고 서울아산병원의 일원이 될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실의 많은 선생님께 보고 배우며 도움을 받을 때마다 감사한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환자와 수술실에 도움이 되는 간호사로 성장하고 싶다.

 

모발 기부를 지속할 계획인지?

머리카락이 자라는 한 모발 기부는 계속할 생각이다. 굳은 의지나 신념을 갖고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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