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건강 정보 알레르기 결막염과 안구건조증의 예방과 치료 2023.05.24

안과 성경림 교수

 

 

안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가장 많이 당부하는 것 중 하나는 ‘눈에 손대지 마세요. 눈 비비지 마세요’다. 하지만 사실 필자도 가끔 나도 모르게 눈을 비빌 때가 있다. 가렵고 뭔가 뻑뻑한 느낌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미세먼지, 화장품 가루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알레르기 결막염을 일으키는 원인, 즉 알레르겐(Allergen)이 된다.

 

눈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장기이므로 공기 중 많은 물질들이 잠재적 알레르겐이다. 음식물 관련 알레르기는 비교적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쉬운 편이다. 그러나 눈은 항상 공기 중에 노출돼 있어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치료의 원칙은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인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피하는 방식의 치료가 어렵다. 설령 안다 해도 눈을 감고 다닐 수는 없으니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렵기도 하다.

 

꽃가루가 날리고 황사가 심한 계절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환자들은 참을 수 없는 심한 가려움에 눈을 비비게 되는데 이로 인해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들이 더 많이 분비된다. 눈이 충혈되어 심한 경우 눈 주위까지 붓고 분비물로 인해 시력 저하를 호소하기도 한다. 눈을 심하게 비벼 각막 상피가 벗겨지면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토피, 천식 등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결막염이 더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인이 확실하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꽃가루가 많은 곳 가지 않기, 동물과의 접촉 피하기, 특정 화장품이나 콘택트렌즈 사용 후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사용 중지하기 등이다. 점안제 안약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자주 처방하는 녹내장 점안제는 안압 하강을 위해 꼭 사용해야 하나 심각한 알레르기 결막염을 일으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안압을 하강시키지 않으면 실명 우려가 있는 심각한 녹내장 환자는 알레르기 결막염 때문에 안약 사용이 어려워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눈꺼풀이나 결막 부종, 심한 가려움증 등이 발생할 때 우선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은 냉찜질이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안과에서 소염제 안약이나 항알레르기 점안제 등을 처방받아 사용하면 증상은 대부분 좋아진다.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 점안제를 병용하기도 하는데 장기간 사용 시 녹내장이나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의 치료는 증상에 대한 대증 치료일 뿐 근본적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자주 재발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는 감작 치료 등이 시행되기도 하나 알레르기 결막염에는 아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가렵더라도 절대 눈을 비비면 안 된다. 가려움증 유발물질들이 더 분비되며 각막에 상처가 생기면 눈부심, 따가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각막염으로 합병되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알레르기 결막염이 가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감염성 결막염과 감별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러스로 인한 결막염은 전염력이 매우 높고 치료 방향도 다를 수 있다. 충혈, 분비물, 안통, 시력저하, 부종 등 결막염 증상이 있다면 즉시 안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금방 증발되거나 생성이 부족해 발생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PC화면을 자주 보는 요즘, 많은 환자들이 눈의 건조함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안구를 코팅해 눈을 보호하는 눈물은 수분, 점액, 기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이 발생하면 눈물의 증발을 막는 점액질, 기름 성분을 분비하는 결막의 술잔세포와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에 영향을 주어 안구건조증이 악화하게 된다.

 

반대로 안구건조증이 있는 환자들은 눈물 보호막이 부족해 알레르기 결막염이 더 자주 발생하며 증상도 심한 편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결막염을 치료할 때 인공누액을 사용하는 등 안구건조증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인공누액은 안구건조증의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원인에 맞게 증상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기름 성분을 배출하는 마이봄샘 염증이나 결막이완증 등이 동반되면 이에 대한 별도 처치도 필요하다. 그 외 여성호르몬 감소도 원인이 되어 폐경기 여성들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호르몬 치료 후 호전되기도 한다. 백내장, 노안, 근시 교정수술 등 눈에 시행하는 모든 수술들은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증상이 발생하면 인공누액 사용 등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인공누액 외에 IPL레이저, 누점폐쇄술 등 여러 치료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단지 건조한 느낌만 주는 것이 아닌 눈의 피로, 시력저하, 두통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눈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불편한 질환이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장시간 봐야하는 경우 잠깐이라도 작업을 중단하고 눈을 감고 쉬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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