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좋은 풍토를 만들고 가꾸는 일 2023.05.19

신경과 권순억 교수

 

▲ (좌) 1997년 ‘아산-하버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석학들과 함께. 뒷줄 왼쪽이 권순억 교수. / (우) 2007년 권순억 교수가 뇌졸중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권순억 교수는 다양한 경험에서 발전의 선순환을 경험했다. 앞선 연구자가 다진 자유로운 연구 환경에서 병원의 새로운 도전에 발맞추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임상연구보호센터와 뇌졸중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쓴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1997년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왔습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뇌졸중 분야의 권위자였던 김종성 교수님께 배워보고 싶었어요. 김 교수님은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셨습니다. 제 임상 연구가 「스트로크」에 게재되고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으면서 더 큰 후속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마흔 살에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해외학자들과 뭔가 해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도 이러한 연구 풍토를 만들어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사실 같은 질병의 환자를 보다 보면 같은 연구 주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진료과와 병원에 확실한 발전 요소가 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성장의 순간이 있을까요?

입사하자마자 ‘아산-하버드 국제 심포지엄’의 실무를 맡았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병원 행정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다른 파트 사람들과도 교류하게 됐죠. 특히 민병철 전 병원장님과 인사 나눈 게 기억나요. 이제 막 신규 발령받은 스태프가 병원장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흔하진 않잖아요.(웃음) 이름만 알던 외국의 석학들을 직접 초청하고 만나면서 연구를 함께 하는 인연이 시작됐죠. 서울아산병원의 위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임상연구보호센터장으로 활동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2010년 전후로 병원은 피험자보호센터 도입을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임상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관련 행정이나 조직 관리에 눈을 뜨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에 가서 각종 임상 연구 시스템과 윤리 제도 등도 살펴보고 왔죠. 돌아보면 2012년에 센터를 개소해 임상 연구의 윤리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병원의 당시 결정은 상당히 선도적이었던 것 같아요.

2015년 피험자보호센터장을 맡으면서 임상연구보호센터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임상 연구에 참여하는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이 연구를 공정하게 진행하고 관련 규정을 몰라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했어요. 연구자를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은 거죠. 저도 연구만 할 때는 이런 쓸데없는 일을 왜 하냐며 따지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전체 연구 과정을 이해하면서 윤리 지침에 따른 공정성을 획득하지 못한 연구는 학계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당장은 번거로워도 빨리 교정할수록 연구의 질 자체도 좋아지고요. 이제는 센터에 임상 연구를 리뷰해 달라는 의뢰가 많은 걸 보면 저 같은 철없는 연구자는 이제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 (좌) 2008년 신경과 의료진과 함께. 아랫줄 오른쪽 두 번째가 권순억 교수. / (우) 2015년 서울아산병원 뇌졸중센터 동문워크숍에서 후배들과 기념촬영. 가운데가 권순억 교수.

 

그동안 뇌졸중 치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10년대 급성뇌졸중에서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기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서 뇌졸중 치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증상 발생 후 혈전 제거술이 가능한 뇌졸중센터에 빨리 도착할수록 예후가 좋아진다는 것과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 체계가 중요한 것을 입증한 거죠. 다양한 진료과의 협업은 기본이고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한 전문 인력이 충분한 병원에서 나서야 할 일이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심장내과 등의 협업 시스템을 갖춘 뇌졸중센터를 설립했습니다. 119구조대와 협력해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하고 곧 코로나19가 발생했어요.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올 수 없으니 애가 타더라고요. 어렵게 응급의학과의 협조를 얻어 병상 가동률이 조금이나마 떨어지는 주말에 치료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니 다시 힘을 내야죠.

 

가장 큰 보람과 앞으로의 과제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힘들게 얻은 임상 시험 결과가 미국의 표준진료지침에 반영됐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의 연구를 통해 치료 자체가 바뀌는 걸 볼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심장 질환 때문에 뇌졸중이 생긴 환자들이 많아져 심장내과와 활발히 협업하고 있고요. 점점 뇌졸중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연구와 교육, 시술 등에 걸쳐 보다 안정적인 뇌졸중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제 역할을 찾아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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