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연구실에서 듣다]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따뜻한 여정 2023.10.13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

 

▲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알츠하이머 센터와 뇌은행 소장을 맡아 파킨슨병 발병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한 달 평균 1천여 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진료한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 파킨슨병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임상의사다. 동시에 정 교수는 파킨슨병 발생 원인과 치료법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학자다. 2021년에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반향을 일으켰고, 2023년 4월에는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한국인 특이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해 개인별 맞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렇게 임상의사와 의학자를 넘나드는 열정적인 행보는 ‘환자에게 치료적 혜택을 주는 의사가 되겠다’라는 다짐에서 비롯한다.

“저는 의학을 연구하는 의학자지만, 그에 앞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에 다닐 때부터 의학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때 의미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물론 환자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제일 어려워요. 학문적 유행이나 호기심을 쫓는 대신 진실을 추구해야 하고 최신 연구에 늘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최상의 치료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의사

정선주 교수는 뇌의 신비를 탐구하기 위해 신경학을 택했다. 뇌과학이 막 태동하던 시기라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점도 정 교수의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정 교수를 아끼던 선배들은 좀 더 고민해보라며 반대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신경과는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아 까다로운 진료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만들어온 정 교수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신경과를 선택하길 잘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수련을 할수록 점점 더 재미있었습니다. 신경학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한 덕에 환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매년 나왔기 때문인데요. 그 중 파킨슨병 치료는 특히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치료 효과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거든요. 적절한 치료 후 누워 계시던 분이 걷고, 걷지 못하시던 분이 운동을 하시게 되는 걸 보는 경우가 많아요. 덕분에 환자 한 분 한 분을 마주할 때마다 ‘이 분을 얼마만큼 좋아지게 할 수 있을까’,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드릴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진료에 나섭니다. 의사로서 이 이상의 보람이 있을까요?”

여전히 남은 어려움들도 많다. 특히 환자들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도 잘 챙겼는데, 제가 왜 파킨슨병에 걸렸나요?’라는 억울함을 호소할 때면 마음이 무겁다. 정 교수를 비롯한 의학자들의 연구에 힘입어 유전적 요인, 대기오염 등 환경적 요인, 노화 등이 주요 인자로 추정되고 있지만 전체 환자 중 95%에서 발병 원인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통합 진료센터에서 환자 편익 높이고 싶어

정선주 교수는 2022년 12월 문을 연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 센터와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뇌은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뇌은행은 뇌 조직을 활용한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후 기증자의 뇌 조직과 기증 동의를 받은 환자의 혈액, 뇌척수액, MRI, PET 등의 뇌 자원을 함께 수집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뇌은행 소장으로 뇌 조직 연구로 파킨슨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을 밝혀 위험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예방까지 아우르는 치료법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더 강조하는 것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파킨슨·알츠하이머 센터다.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 센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통합 진료하는 센터입니다. 이들 질병은 인지기능장애, 환시, 망상, 우울, 수면장애 등 중복되는 증상이 많아 파킨슨병 환자분들이 알츠하이머 치매 클리닉을 먼저 방문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신경과와 신경외과는 물론 병리과와 정형외과까지 총 11개의 진료과가 함께 참여하는 저희 센터에 오시면 증상에 맞춰 원스톱으로 진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의 편익이 그만큼 커지는 거죠.”

정 교수는 스스로를 ‘환자가 증상을 보여주는 덕분에 연구를 하고 그 혜택을 돌려드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이 최선에는 ‘치료적 혜택’ 이상의 것들이 포함된다. 아무리 바빠도 3초 이상 눈을 마주치고, 오가는 길 조심하시라는 인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정선주 교수의 꿈은 ‘만나면 반가운 의사’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의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신뢰를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며 서둘러 진료실로 향했다.

 

▲ 지난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에서 발표하는 정선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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