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 교수가 세부 전공을 선택하던 때만 해도 내분비학을 선택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소아질환은 심장, 신장, 위장관 같은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탓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눈에 확연히 보이지 않기에 치료에서
소외되기 쉬운 내분비질환 환아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에겐 갑상선 질환이나 신생아 당뇨, 저혈당, 외부 성기 모양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드물게 있을수 있고, 그 이후에는 성 조숙증,
성장 장애, 사춘기가 늦게 오는 사춘기 지연 등 질환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서 좀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아 내분비질환의 경우 선천성으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 대부분이다 보니 치료는 물론 진단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에는 유전성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질환별 맞춤치료를 위해 개소된 의학유전학센터가 있다. 국내 의학유전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이곳에선 염색체 이상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성 질환에 대한 전문의들의 협진과 치료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하고 믿을만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내분비기관은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기에 일부 장기에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전신 질환을 유발한다. 아이의 성장과 삶의 질, 정서발달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간혹 경과관찰만으로
충분한 상태임에도 약물치료를 해주길 원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곤란할 때가 있다고.
“키가 작은 것도 아닌데 아이를 180cm까지 키워달라거나 2차 성징을 늦추려고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원하는 부모님이 간혹 계십니다. 이럴수록 원칙을 지키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정말 성조숙증인 경우에만 약물을 써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자연스럽게 크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설명하면 대부분 동의해 주십니다.”
소아 당뇨병의 경우, 한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할 뿐 아니라 관리가 더 까다롭다.
저혈당이 오면 심한 경우 발작, 의식상실,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하다.
그래서 최 교수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당뇨 환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환자가 응급상황에 당황해 더 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
최 교수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였다.
최진호 교수는 성조숙증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춘기 지연과 성 발달 이상이라고 말한다. 성조숙증은 대부분 치료를 안 해도 불임이나
합병증을 초래하는 등의 큰 문제는 없지만, 사춘기나 성 발달이 지연되면 2차 성징이 오지 않고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성장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사춘기 지연, 불임,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 내분비과 안에서도 이처럼 소외된
질환들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학자로서 최 교수의 목표다.
“성 발달 이상의 경우, 원인 유전자만 60~70가지라서 진단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도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분야에서 제대로 된 진단, 치료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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