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차가운 메스를 움직이는 뜨거운 열정 2014.07.14

차가운 메스를 움직이는 뜨거운 열정 - 흉부외과 김용희 교수

 

육군 장교를 꿈꾸던 김용희 부교수는 생명을 위해 칼을 쥐는 외과의사가 되었다.

수술장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느껴지는 서늘함. 수술대 앞에 선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채 길고 외로운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때때로 들리는 고성.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 수도 없이 일어나는 수술실에서, 그는 상황을 통제하고 스태프들의 컨디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휘관이었다.


국내 폐식도암 치료의 진화

90년대 후반, 대한민국 최고의 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김종훈 교수,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 그들은 '폐식도암' 환자 치료를 위해 각자의 전문적인 소견을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답을 찾아갔다. 협진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같은 목표를 가진 의사들이 모여 치료를 시작하면서 폐식도암의 역사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3년, 폐식도암 치료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양쪽 갈비뼈 사이를 열고 수술하는 개흉 대신 몸에 작은 구멍을 내고 기구를 통해 병변 부위만을 잘라내는 흉강경 수술이 등장한 것이다. 되도록 절제 부위를 줄여 흉터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흉강경 수술은 암 치료의 세계적인 흐름이자, 흉부외과 김용희 부교수 앞에 놓인 과제이기도 했다. 의사의 손과 기구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흉강경 수술. 많은 수술 경험에서 나오는 능숙함이 흉강경의 필수조건이었다. 풍부한 임상 경험 덕분에 술기는 자신 있었지만, 낯선 첨단 수술 도구의 안전성과 적응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한계를 느끼고 찾아간 미국연수에서 흉강경 수술의 미래를 보았다. "초기 폐암 환자 대부분이 흉강경 수술을 받고 있었습니다. 결과도 좋고, 회복도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죠. 앞으로 가야 할 길이란 걸 확신 했습니다." 2007년 한국에 돌아와 흉강경 수술에 매진했다. 현재 폐암 수술에서 흉강경 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이른다.


국내 최연소 흉부 종양 제거 로봇 수술

 

2008년 로봇수술의 등장으로 폐식도암 치료는 계속 진화했다. 흉강경과 마찬가지로 가슴을 절개할 필요가 없어 수술 후 합병증 발생 부담이 적지만, 몸집이 작은 소아의 경우 시야 확보가 어려워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한다. 지난 5월, 김용희 부교수는 5살 아이의 왼쪽 폐 꼭대기에 위치한 종양을 로봇수술로 제거하며 국내 최연소 흉부 종양 제거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몇 달 뒤, 젊은 부부가 2살 아이를 안고 찾아왔다. 아이의 가슴에는 종격동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가 너무 작아 수술을 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고민했죠." 새로운 도전.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했다. 2살 아이의 흉부 종양을 로봇수술로 성공적으로 제거하면서 그는 자신이 세운 최연소 기록을 다시 썼다. 차가운 기계의 손이 사람의 체온 을 대신한다 해도 생명을 살리는 것은 사람의 열정이다.


생명, 단 하나의 목표만

"수술장을 벗어나면 똑같은 사람일 뿐이에요." 수련의 시절, 밤새 간호하던 아이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모습에 소아는 담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었다. 아직도 새로운 도전 앞에선 한 번씩 주저한다. "인생이 늘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아요. 수술실에서도 마찬가지죠. 항상 예기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현재 국내 폐식도암 수술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의사다. 특히, 식도암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하고 있다. 암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면 끝나는 다른 암 수술과는 달리 식도암은 재건 과정이 필요하다. 위장, 소장, 대장 등을 이용해 식도를 새로 만드는,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수술실 안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에도 그는 불도저처럼 거침없이 수술을 이끌고 나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술대 앞에 서는 순간, 그를 주저하게 하는 고민을 철저하게 지워야 한다고 했다.
"수술실에서 생각이 많으면 결정적인 순간 망설이게 돼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의 상황만 생각해야 합니다."
수술실 밖에서의 김용희 부교수는 수술실에서 보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늦은 오후, 8시간 이상 계속된 수술을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오면 그는 영화를 본다.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다시 본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다시 봐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그는 중요한 한 가지만 보고, 그것만을 생각하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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