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신양에서 예산 시내까지는 30리, 12km. 예산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진 한 번도 못 가봤죠.”
'저 산 너머엔 뭐가 있을까.' '저 산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형님 계신 서울에 갈 수 있을까.'
충남 예산군 신양면의 아담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이철환 교수.
서울아산병원 내과 선배들의 열정이 의대를 갓 졸업한 젊은 의사의 심장을 뛰게 했다. 특히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가 들려준 로드맵은 호기심 많던 의학자의 마음을 더욱 흥분시켰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엄청난 스케일에 반해버린 이철환 교수는 주저 없이 심장병 전문의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뤄야 할 목표가 크다면 들여야 할 노력도 남달라야 하는 법. 하루에 수차례씩 '응급콜'을 받으면서도 더 좋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연구에 매진해야 했다. 팀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국내 최초 관상동맥 스텐트시술, 세계 최초 탁솔약물스텐트시술 등 동맥경화증치료를 위한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에서 계속해서 발표되었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이미 자타공인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그는 현재 협심증ㆍ심근경색증센터뿐 아니라 또 하나의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심근경색증의 발병 원인과 예방책을 찾기 위해 2009년 설립된 동맥경화증중개연구센터다. 최근 이곳에서 심근경색증예방의 특효약인 스타틴과 항혈소판제의 새로운 작용기전을 찾아냈으며 후보물질도 발굴해 냈다. 심혈관질환의 발병원인 제거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연구에 몰두할 때 그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뛴다. 그가 지금껏 발표한 논문의 수만 봐도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예고없이 찾아와 단 몇 분의 차이로 생사를 갈라놓는 병, 심근경색.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응급실로 실려오는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며, 심근경색의 발병원인과 예방법 그리고 더 나아가 발병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미리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 제자의 말이 인상 깊다. “교수님이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으시는 이유는 단 하나에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죠.”
學問 如逆水行舟 不進卽退 欲速卽不達 (학문 여역수행주 부진즉퇴 욕속즉부달) “학문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곧 퇴보하고 쉽게 얻으려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 이철환 교수가 그의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그와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은 그가 가진 지식의 넓이와 깊이에 혀를 내두른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논문이라도 이미 그 내용을 정확히 다 알고 계세요. 항상 공부하시니까요.” 자신이 가진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부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다는 그는 '항상 후배들과 토론하고 최신지견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후배 교육에 힘을 쓰는 건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에겐 실수를 통해 배우는 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이 곧 생명'인 환자를 앞에 두고 말 한마디 건넬 여유도 없을 것 같은데, 직원들이 본 이철환 교수는 촉박한 만큼 불안해하는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수시로 상태를 묻는다고 한다. 시술을 끝내고 난 뒤면 환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간호사에게 환자의 사정에 대해 묻고 환자가 부담되지 않도록 과한 처방은 피하라고 늘 당부한다고. 시술을 마친 환자에겐 꼭 직접 찾아가 시술했던 치료의 목적과 앞으로의 관리 방향, 그리고 심질환이란 어떤 병인지 확실하게 말해주는데, 그건 2차 발병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방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술을 받고 나면 완치된 줄 아시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하지만 한번 병이 생겼던 사람은 예방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심근경색증의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4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 각별히 관리해 주셔야 합니다.”
환자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생각하는 마음 또한 각별하다. 그와 함께 오래 일한 직원들은 그가 가족 혹은 보호자 같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몇 년 전, A형 간염에 걸려 입원 중이던 한 간호사는 매일 병실에 찾아와 격려해 주던 이 교수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괜찮아질 거다. 곧 나을 수 있을테니 힘내야한다.”
우리의 심장은 그 주변을 관처럼 뒤덮고 있는 혈관에서 흐르는 혈액을 에너지 삼아 쉬지 않고 뛰고 있다. 그 혈관이 막히는 순간 우리의 삶은 심장과 함께 멈춘다. '호기심이 없는 삶은 죽은 것'이라 말하는 이철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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