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임상연구로 경쟁력을 높이다 2014.07.14

임상연구로 경쟁력을 높이다 - 소화기내과 임영석 부교수

 

“환자는 자신의 질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 있게 치료의 방향을 결정해 주는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임상연구가 의무기록을 정리해 분석한 증례 보고쯤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과 수치가 바탕이 된 임상연구는 어떤 치료가 더 나은 지 고민하는 의사에게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


환자 뒤에 숨어있는 정답

만성간염은 간경화로, 간경화는 간암으로. 간염으로 시작된 간질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간암까지 이어진다. 소화기내과 임영석 부교수는 만성간염과 간암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임상강사 시절, 간경화의 발생기전에 대한 세포연구로 기초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새로운’ 지식, 문제의 ‘진짜’ 답은 기초연구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외래 진료가 끝나면, 연구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봐 달라고, 조금만 더 설명해 달라고 하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어 고민하고 방황하던 그를 돌이킨 것도 환자들이었다. “중환자실로 어린 여학생이 실려왔어요. 1차 결핵이었지만, 약이 듣질 않았죠. 가족병력까지 면밀하게 조사한 끝에야 과거 그녀의 할머니가 6개월간 결핵약을 간헐적으로 복용했고, 그로 인해 1차 결핵약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결국, 2차 약을 쓰고서야 회복됐죠.” 이후로도 여러 차례 구체적인 사례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임상연구가 환자 치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했다.


임상연구의 프레임을 만들다

 

하루 만 명 이상의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 수많은 임상데이터는 그들을 치료할 또 다른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한계를 느꼈다. 그는 ‘자가면역간염’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모아 연구하다 2년 뒤 미국 메이요 클리닉으로 갔다. 그곳에는 간이식의 우선순위를 정한 MELD 모델의 창시자이자, 임상연구 분야의 대가 W. Ray Kim 교수가 있었다. 그는 Ray Kim 교수 밑에서 1년 3개월 동안 임상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2008년 귀국한 뒤 ‘급성간부전’ 환자에 관한 임상연구를 주관했다. 다른 병원에선 찾아보기 힘든 질환이었지만, 서울아산병원에는 1년에 60여 명의 환자가 이 질환으로 찾아왔다. 논문은 간장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Hepatology’에 실렸다. “우리 병원에 찾아오는 간질환 환자 수는 세계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우리의 임상연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죠.” 최근 5,374명의 치료 성적을 분석해 논란 선상에 있던 B형 간염 치료 약재의 효능을 밝혀냈다. 연구논문은 소화기학 분야 세계 최고 의학지인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에 실리며 국내와 유럽학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연구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역할도 했다. 기존에 여러 약제에 내성이 있는 B형 간염에 대해서는 병용요법이 필수적이라는 기존 학설에 대해 테노포비어라는 약제로는 안전하게 단독요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48주간의 다기관 임상시험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임상연구의 장점은 결과를 바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죠.” 2010년부터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와 함께 ‘ACREP(Asan Clinical Research Education and training Program)’을 만들어 주니어 스텝들이 임상연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가 늘 후배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환자를 위해서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한다. 또 다른 물음이 답을 대신한다.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임영석 부교수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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